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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베토벤 비창 소나타 1악장

©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베토벤 비창 소나타 작품 13의 1악장은 극단적인 대조로 음악을 만드는 법을 잘 보여 줌. 느리고 자유로운 Grave와 리듬이 선명한 Allegro를 나란히 놓았고, 각 부분 안에서도 셈여림·속도·음의 밀도·화성의 성격을 계속 맞부딪치게 함. 이런 대조를 먼저 파악하면 해석의 방향도 훨씬 분명해짐.

리듬이 거의 없는 흐름과 강한 박자의 대비

섹션 제목: “리듬이 거의 없는 흐름과 강한 박자의 대비”

Grave는 박자가 없는 듯 자유롭고 느긋하게 흐름. 뒤이어 나오는 Allegro는 반대로 박을 강하게 드러냄. 첫 부분부터 두 성격을 확실히 갈라 놓아야 악장 전체의 구조가 살아남.

1마디 첫 화음은 포르테이고, 나머지는 곧바로 피아노로 바뀜. 악보에는 페달 표시가 없음. 원칙대로라면 페달 없이 연주하는 편이 맞음. 페달을 쓰더라도 청중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짧고 깨끗하게 사용해야 하며, 화성이나 리듬을 흐리면 안 됨.

첫 화음 뒤에서 페달을 조금씩 떼는 플러터 페달은 이 부분에 어울리지 않음. 포르테 화음이 끝나는 순간 페달을 완전히 끊고 바로 피아노로 들어가야 소리의 대비가 가장 크게 남음.

빠르기말은 Grave지만 128분음표로 적힌 빠른 패시지가 나옴. 전체 템포와 달리 이 런은 가능한 한 빠르게 연주하라는 지시로 읽을 수 있음. 느린 흐름 속에 갑자기 나타나는 폭발적인 속도가 또 하나의 대조를 만듦.

4마디 마지막 아홉 음은 128분음표 셋잇단음표로 적혀 있음. 바로 앞 열 음보다 두 배 빠르며, 악보 그대로 계산하면 한 박에 32음을 쳐야 함.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속도임. 루바토로 처리할 수 있지만, 원고의 표기가 실제 의도보다 두 배 빠른 음가로 읽혔을 가능성도 저자는 제기함.

10마디도 비슷함. 마지막 열여섯 음은 앞의 열세 음보다 두 배 빠른 128분음표임. 처음에는 조금 느리게 출발하고 런이 진행될수록 가속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에 도달함. 음 수와 박을 정확히 세어야 다음 화음에 맞게 도착할 수 있음.

이런 반음계 패시지에는 네 손가락 반음계 운지가 유용함. 엄지를 계속 검은건반 아래로 넣는 전통 운지보다 빠른 속도에서 손의 움직임을 줄이기 쉬움.

Grave에서는 오른손 선율이 먼저 귀에 들어오지만 감정의 중심은 왼손에 있음. 3~4마디의 단단한 스타카토와 스포르찬도는 긴장을 직접 밀어 올림.

7~8마디에서는 상승하는 반음계 옥타브의 마지막 음이 16분음표, 8분음표, 4분음표로 점점 길어짐. 음높이도 올라가고 크레셴도까지 더해져 긴장이 여러 층으로 쌓임.

이 부분에는 여린 소리와 큰 소리, 느린 흐름과 빠른 런, 한 음과 복잡한 화음, 자유로운 리듬과 규칙적인 박자가 끊임없이 대비됨. 반음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강도를 높이는 핵심 재료임. 낭만주의 음악으로 갈수록 반음계가 늘어나는 흐름도 함께 볼 수 있음.

1악장과 3악장은 Grave의 주제를 여러 방식으로 바꾼 변주처럼 연결됨. 저자는 대중가요 「You Are My Sunshine」의 선율도 3악장의 한 대목과 거의 같다고 지적함.

옥타브 트레몰로가 만드는 속도감

섹션 제목: “옥타브 트레몰로가 만드는 속도감”

Allegro에 들어서면 리듬이 갑자기 또렷해지고 11마디부터 왼손 옥타브 트레몰로가 시작됨. 옥타브 자체는 가장 안정적인 협화음이지만, 피아노의 스트레치 조율 때문에 생기는 미세한 차이가 신비감과 흥분을 더한다고 저자는 설명함. 같은 옥타브를 번갈아 치는 트레몰로는 들리는 움직임을 두 배로 빠르게 만듦.

이 부분을 몇 시간씩 반복하며 지구력을 기르려 하면 손을 다치기 쉬움. 힘으로 버티는 연습은 피하고, 양손을 번갈아 써서 동작을 익힘. 오른손이 먼저 편해지면 그 감각을 왼손에 가르치는 식으로 접근함.

먼저 왼손으로 도2-도3 옥타브를 5-1로 잡고 병렬 세트로 반복함. 목표 속도나 그보다 조금 빠른 속도에서 네 묶음을 편하게 칠 수 있고 피로가 남지 않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감.

그다음에는 빠른 겹옥타브 하나를 5-1, 5-1로 치고, 이어 두 개의 5-1 병렬 세트를 붙임. 편해지면 세 개, 네 개로 조금씩 늘림. 최종 동작은 손가락을 크게 움직이는 동작보다 아래팔 회전에 가까움.

왼손이 피로해지면 오른손으로 라♭4-라♭5 옥타브를 연습함. 청중은 오른손 선율을 따라가지만 음악의 감정과 추진력은 왼손 트레몰로가 쥐고 있음.

항상 작은 소리로 연습하고 힘을 뺌. 그래도 병렬 세트만 되고 트레몰로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두 동작을 따로 과장해서 익힘.

  1. 먼저 손가락을 높이 들었다가 내려치는 느린 트레몰로를 연주함. 속도를 올리면서 손가락 움직임을 줄임.

  2. 다음에는 손가락 모양을 고정하고 아래팔 회전만 사용함. 아주 느린 속도에서 회전 자체는 빠르게 하되, 음 사이에 충분히 쉬어 힘이 완전히 빠지는지 확인함.

  3. 회전 폭을 줄여 속도를 높인 뒤 손가락 동작과 아래팔 회전을 결합함.

최고 속도에서는 새끼손가락 소리가 엄지보다 강해질 수 있음. 엄지를 파워 포지션에 놓아 두 음의 균형을 맞춤. 마지막에는 스타카토로 연습함. 연습 후 향상 효과(PPI)가 생길 정도만 짧게 하고, 다음 날 다시 이어 감.

11마디부터 14마디까지 피아노를 유지함. 그 뒤 18마디를 향해 커지되, 크레셴도의 대부분은 18마디 안에서 만듦. 19마디에서는 갑자기 피아노로 떨어짐.

12마디부터 서둘러 커져 15마디에서 절정에 이르면 베토벤이 적은 긴 호흡이 무너짐. 크레셴도 표시를 보자마자 소리를 키우지 말고, 도착점 가까이에서 변화가 크게 들리도록 조절함.

37마디와 41마디 앞의 크레셴도에서는 왼손 트레몰로를 빠르게 키움. 각각 38마디와 42마디의 스포르찬도를 미리 당겨 오는 역할을 함.

빠른 곡일수록 박자표가 악센트의 위치를 결정함. 잘못된 악센트는 음악만 어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올리는 데도 방해가 됨.

셔머판에는 원전과 다른 표시가 있음. Allegro 세 번째 마디의 둘째 박에 스포르찬도가 붙어 있지만 도버판에는 없음. 2분의 2박자에 맞춰 첫째 박에 무게를 두는 편이 자연스러움.

139마디의 미 옥타브에도 셔머판은 악센트를 붙였지만 도버판에는 없음. 149194마디에서는 각 마디 첫째 박의 흐름을 따라야 하며, 셔머판 149155마디의 악센트는 이를 흐트러뜨림. 가능하면 원전판이나 원전에 충실한 도버판을 기준으로 삼음.

43마디부터 왼손은 B♭ 트레몰로를 여섯 마디 동안 이어 감. 한 마디에 여덟 번씩 모두 48번임. 이어 두 마디에서는 오른손과 함께 B♭ 옥타브를 네 번씩 더해 총 56번이 됨.

51~62마디에서는 왼손이 B♭을 길게 유지함. 앞의 반복까지 합치면 B♭이 모두 68번 이어지며 약 20마디의 흐름을 지배함. 오른손 선율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청중은 같은 음이 이만큼 오래 반복된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함.

B♭에서 시작한 반복 구조는 89마디의 E♭에서 풀림. 해결음인 E♭을 충분히 드러내야 긴 반복이 마침내 끝났다는 감각이 살아남.

베토벤은 단순한 반복으로 긴 시간의 감정을 조절했음. 저자는 이를 복잡한 음악 속에 숨겨 둔 미니멀리즘으로 봄.

Grave가 충분히 느리고 묵직해야 Allegro와의 대비가 생김. Allegro에서는 트레몰로가 체감 속도를 두 배로 만들고, 90마디의 알베르티 반주는 움직임을 다시 네 배로 늘림.

알베르티 반주에서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의 선율만 들리게 하면 안 됨. 안쪽 음까지 모두 또렷하게 들려야 함. 어려운 부분에 맞춰 템포를 임의로 바꾸면 악장 전체의 설계가 흐트러짐.

Allegro를 지나치게 빠르게 치면 베토벤이 숨겨 놓은 반복과 대조, 해결의 구조를 놓치기 쉬움. 빠른 연주 자체도 관객에게 즐거운 볼거리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음악을 온전히 보여 주지는 못함. 모든 음과 쉼이 들리는 속도를 선택함.

베토벤은 포르티시모를 종결 신호로 자주 사용함. 294마디에는 화려한 가짜 끝을 놓고, 308~309마디에 진짜 끝을 둠. 마지막 포르티시모가 악장에서 가장 크게 들려야 함.

가짜 끝은 과장되고 화려하지만, 진짜 끝은 정확한 4분음표 화음 두 개로 짧게 닫힘. 마지막 화음을 멋대로 온음표처럼 늘이지 않음. 거창한 가짜 결말 뒤에 단순한 진짜 결말을 붙인 데에는 베토벤 특유의 유머와 조롱도 담겨 있다고 저자는 해석함.

© 2016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hip, Chuan C. Chang, is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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