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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바로크 푸가의 제시부

16세기에 널리 쓰인 모방 기법에 이어 그 전통을 계승한 18세기 푸가를 살펴봄. 푸가는 작품마다 차이가 커서 한 문장으로 규정하기 어려움. 여러 독립 성부가 차례로 들어오며 푸가의 중심 선율인 주제를 제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음.

이 장에서는 푸가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춤. 주어진 주제에서 출발해 바흐·헨델과 동시대 작곡가가 쓰던 후기 바로크 기법으로 제시부를 구성하는 방법을 다룸.

주제(Subject)

푸가의 바탕이 되는 짧은 선율. 곡 전체에 걸쳐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함.

응답(Answer)

주제를 다른 음높이로 옮긴 선율. 경우에 따라서는 뒤에서 설명할 원칙에 따라 일부 음을 수정하기도 함.

대주제(Countersubject)

주제나 응답과 함께 연주되는 선율. 주제와 대조를 이루면서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함.

제시부(Exposition)

푸가의 첫 부분. 모든 성부가 차례대로 주제 또는 응답을 한 번씩 제시하는 구간을 말함.

소나타 형식의 제시부와 이름은 같지만 의미는 다름. 둘 다 곡의 주요 재료를 처음 제시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형식과 구성 방식은 서로 다름.

성부(Voices)

푸가를 이루는 각각의 독립적인 대위선. 기악곡과 성악곡 모두 같은 개념을 사용함.

성부 수와 연주자 수는 반드시 같지 않음.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연주하는 건반악기 푸가도 3성부, 4성부, 5성부, 6성부로 쓸 수 있으며, 독주 바이올린만으로도 푸가를 작곡한 예가 있음.

SATB

푸가가 성악곡이 아니더라도, 4성부는 관례적으로 높은 성부부터 소프라노(S), 알토(A), 테너(T), 베이스(B)로 부름. 실제 음역이 성악의 SATB와 정확히 일치할 필요는 없음.

성부 1주제대주제자유대위
성부 2응답대주제
성부 3주제

푸가의 제시부는 기본적으로 위 표와 같은 순서로 진행됨. 먼저 한 성부가 주제(Subject)를 제시하면, 다음 성부가 응답(Answer)으로 이어받음. 그동안 먼저 들어온 성부는 대주제(Countersubject)를 연주하고,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성부가 차례대로 들어옴.

성부 번호는 음역이 아니라 진입 순서를 기준으로 붙임. 가장 높은 성부부터 가장 낮은 성부까지 차례로 들어오거나, 반대로 가장 낮은 성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님.

다만 새로운 성부가 들어올 때는 그 시점에서 가장 높은 성부나 가장 낮은 성부여야 함. 그래서 알토나 테너 같은 안쪽 성부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음.

4성부 푸가의 진입 순서.

  • 높은 성부에서 낮은 성부로: SATB, 또는 반대로 BTAS

  • 알토에서 시작하는 경우: ASTB, ATSB, ATBS

  • 테너에서 시작하는 경우: TBAS, TABS, TASB

모든 성부가 주제나 응답을 한 번씩 제시한 뒤에도 다시 주제나 응답이 등장하면 이를 중복 진입(Redundant Entry)이라고 함.

주제를 볼 때는 먼저 구조와 성격부터 살펴봐야함.

주제는 보통 세 부분으로 이루어짐. 대부분의 조성 음악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시작으로 출발해 종지로 마무리됨.

Kopfmotiv : 주제를 시작하는 첫 동기.

Fortspinnung : 첫 동기를 이어 발전시키는 부분. 순차 진행이나 반복 리듬을 쓰는 경우가 많음.

종지(Cadence) : 주제를 마무리하는 부분.

주제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음.

  • 토카타풍(Toccata style) : 반복되는 리듬을 바탕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양식. 반음계 진행이 자주 나타나며, 리듬 배치도 비교적 자유로움.

  • 리체르카레풍(Ricercar) : 그레고리오 성가와 모테트 전통에서 발전한 양식. 전체적으로 느리게 진행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띰. 걸림음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특징임.

응답은 실제응답과 조성적 응답으로 나뉨. 실제응답은 주제를 정확하게 이조하고, 조성적 응답은 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음만 일부 바꿈.

실제응답은 주제를 완전5도 위나 완전4도 아래로 옮기며, 주제 안의 음정 관계는 그대로 유지함.

조성적 응답이 필요한 경우는

  • 첫 음이 솔이거나 시작 부분에서 솔이 두드러지게 나오면, 솔을 레로 그대로 옮기지 않고 도가 되도록 바꿈.

  • 주제 시작에서 V–I 관계가 두드러지면, 주제의 딸림음은 응답에서 으뜸음으로 바뀜. 그래서 T→D 진행이 D→T로 바뀌거나 그 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음.

  • 주제가 전조하면 두 조성으로 나누어 각각에 맞게 응답을 조정함. 주제 끝에서 딸림조로 전조했다면 응답은 으뜸조로 돌아와야 함.

어떤 경우든 주제와 응답이 최대한 비슷하게 들리면서 선율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필요한 부분만 최소한으로 바꿈.

처음부터 선율을 완성하면 나중에 주제와 맞지 않아 다시 고쳐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주제는 완성된 선율을 만들기보다 뼈대를 먼저 잡는 것이 좋음.

주제와는 잘 맞아도 응답과 붙였을 때 화성이 어색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제에 맞는 대주제와 응답에 맞는 대주제를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음.

대주제는 독립된 선율로도 자연스러워야 하지만, 주제나 응답과 함께 연주했을 때 화성적으로도 맞아야 함. 처음에는 주제와 대주제만으로 2성부를 이루기 때문에, 이 두 성부만으로도 3화음과 7화음의 기본적인 화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씀.

주제와 대주제의 위치가 바뀌어도 그대로 쓸 수 있게 하려면 8도 전위대위로 만듦. 이 경우 주제 위에 놓았을 때와 아래에 놓았을 때를 처음부터 함께 확인해야 함.

  • 5도는 8도 전위하면 4도가 되고, 4도는 2성부 대위에서 특별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주제와 대주제 사이에서는 피함. 주로 1도와 8도, 3도와 6도를 쓰고, 7화음에서는 2도와 7도도 쓸 수 있음. 화음에 필요한 제5음은 자유대위 성부에서 채움.

  • 4–3 걸림음은 8도 전위하면 5–6이 되고, 첫 음인 5도가 협화음정이 되면서 걸림음의 성격이 사라지기 때문에 피함. 대신 8도 전위해도 서로 걸림음 관계를 유지하는 7–6과 2–3을 사용함.

대주제의 뼈대는 주제부터 단순하게 만든 다음 잡음. 먼저 주제에서 꾸밈을 걷어 내고 기본 선율만 남긴 뒤, 이를 정선율처럼 놓고 대주제의 뼈대를 만듦. 그다음 리듬과 선율을 다듬어 완성함.

대주제를 다듬을 때는 주제와 성격이 어울리는지도 살펴야 함. 두 성부가 계속 함께 움직이면 리듬이 답답해질 수 있으므로, 한 성부가 움직일 때 다른 성부는 머무르는 식으로 서로 움직임을 보완함. 실제응답과 조성적 응답 사이에서 주제의 일부 음이 달라진다면 대주제도 그에 맞춰야 하지만, 주제와 응답이 달라지는 부분만 필요한 만큼 고침.

제시부에서 주제나 응답이 끝난 뒤 곧바로 다음 성부가 들어오지 않고, 그 사이에 짧은 연결구가 들어가기도 함. 주제에서 가져온 동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짧은 동기를 동형진행으로 반복하면서 다음 진입으로 이어가는 방식도 자주 씀. 연결구는 어느 진입 사이에도 들어갈 수 있고 길이도 일정하지 않음.

앞의 주제나 응답이 끝나는 화성과 다음 진입이 시작하는 화성이 맞지 않으면, 연결구를 사이에 두어 필요한 화성으로 넘어감.

선율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음역이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음. 이때 연결구에서 선율의 위치를 옮겨 다음 진입을 적당한 음역에서 시작할 수 있음.

같은 길이의 주제가 여러 성부에서 차례대로 반복되면 프레이즈의 길이와 큰 박의 흐름도 계속 같아질 수 있음. 중간에 연결구를 넣으면 다음 진입의 시점을 늦춰 이런 반복을 피할 수 있음. 다만 진입 시점이 달라져도 주제와 응답이 시작되는 박의 위치는 같아야 함. 주제가 못갖춘마디로 시작한다면 적어도 제시부에서는 이후의 주제와 응답도 모두 같은 박의 위치에서 시작함.

연결구에서 주제의 첫 동기를 동형진행으로 이어가다가, 그 동기로 시작하는 다음 주제나 응답을 바로 붙일 수도 있음. 그러면 연결구와 다음 진입의 경계가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물림.

제시부에서 주제나 응답이 끝난 뒤 곧바로 다음 성부가 들어오지 않고, 그 사이에 짧은 연결구가 들어가기도 함. 주제에서 가져온 동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짧은 동기를 동형진행으로 반복하면서 다음 진입으로 이어가는 방식도 자주 씀. 연결구는 어느 진입 사이에도 들어갈 수 있고 길이도 일정하지 않음.

앞의 주제나 응답이 끝나는 화성과 다음 진입이 시작하는 화성이 맞지 않으면, 연결구를 사이에 두어 필요한 화성으로 넘어감.

선율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음역이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음. 이때 연결구에서 선율의 위치를 옮겨 다음 진입을 적당한 음역에서 시작할 수 있음.

같은 길이의 주제가 여러 성부에서 차례대로 반복되면 프레이즈의 길이와 큰 박의 흐름도 계속 같아질 수 있음. 중간에 연결구를 넣으면 다음 진입의 시점을 늦춰 이런 반복을 피할 수 있음. 다만 진입 시점이 달라져도 주제와 응답이 시작되는 박의 위치는 같아야 함. 주제가 못갖춘마디로 시작한다면 적어도 제시부에서는 이후의 주제와 응답도 모두 같은 박의 위치에서 시작함.

연결구에서 주제의 첫 동기를 동형진행으로 이어가다가, 그 동기로 시작하는 다음 주제나 응답을 바로 붙일 수도 있음. 그러면 연결구와 다음 진입의 경계가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물림.

조성음악 작법의 일반 원칙은 물론이고, 푸가에만 해당하는 원칙과 함께 지켜야 함.

  • 리듬 흐름 조절

4분음표 / 8분음표 / 16분음표 같은 움직임이 계속 이어졌다면 언제 그 흐름을 멈출지 신중하게 정함.

  • 윗성부와 아랫성부의 음계 도수를 조절해 종지의 강도에 차이를 둠.

  • 악기에 맞도록 손을 벌릴 수 있는 범위와 악기 음역 같은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할 것.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C단조 푸가 BWV 847의 제시부.

제시부는 1~8마디임. 이 악보 예시에는 제시부만 있는 게 아니라, 제시부가 끝난 뒤 9마디부터 시작하는 에피소드의 첫 부분까지 함께 나와 있음.

파란색 음표는 각 성부에서 주제와 응답이 나오는 부분을 표시한 것임. 이 곡에는 대주제가 두 개 있으며 악보에서는 각각 CS1, CS2로 표시함. 두 대주제 모두 한 번만 나오고 끝나는 선율이 아니라, 주제나 응답이 다시 나올 때 함께 반복해서 등장함.

응답은 주제를 완전5도 위로 그대로 옮긴 실제응답이 아니라, 일부 음을 조정한 조성적 응답을 사용함.

2번째 진입이 끝난 뒤 3번째 진입으로 넘어가기 전인 5~6마디에는 연결구가 들어감. 마지막 성부까지 모두 진입하고 제시부가 끝난 뒤에는 9마디부터 에피소드가 시작됨. 둘은 위치와 역할은 다르지만 만드는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음. 모두 주제에서 짧은 동기를 가져와 그 동기를 다른 음높이에서 차례로 반복하는 동형진행으로 전개함. 악보에서는 어떤 동기를 가져왔는지 괄호로 표시해 놓았음.

High Baroque Fugal Exposition – Open Music Theory
Open Music Theory is a natively-online open educational resource intended to serve as the primary text and workbook for undergraduate music theory curricula.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high-baroque-fugal-expo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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