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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안정된 손, 손가락, 몸

©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피아노 교사들이 ‘안정된 손(quiet hands)’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음. 이 주법에 들어가면 손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만 건반을 치는 것처럼 보임.

하지만 손이 실제로 멈춰 있는 건 아님.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의 운동량을 손이 반대쪽에서 받아 주고 있음. 손은 손가락보다 무겁고 팔과 이어진 근육도 손을 지탱하므로, 겉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매우 작을 뿐임.

빠른 속도에서 생기는 새로운 주법

섹션 제목: “빠른 속도에서 생기는 새로운 주법”

느리게 칠 때는 운동량보다 힘의 영향이 큼. 속도가 붙으면 손가락의 운동량을 다뤄야 하고, 이때 안정된 손이라는 새로운 주법이 나타남. 관객의 눈에는 전환이 잘 보이지 않지만 연주자는 감각이 달라지는 순간을 분명히 느낌.

운동량은 다음 식으로 나타냄.

M=mvM = mv

mm은 질량, vv는 속도임. 같은 운동량이라면 가벼운 손가락이 무거운 팔보다 빠르게 움직임. 느린 속도에서는 vv가 작아져 운동량의 영향도 거의 사라짐. 따라서 천천히 칠 때 손을 움직여도 연주에는 별문제가 없음.

빠른 속도에서는 손가락이 한쪽으로 움직일 때 손이 반대쪽으로 작게 움직여 운동량을 상쇄함. 그러지 않으면 손 전체가 건반에서 튀어나가게 됨.

안정된 손은 테크닉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임. 운동량을 다루고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면 더 빠르게 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주도 훨씬 잘 통제됨. 바흐의 여러 작품에는 안정된 손을 익히게 하는 구성이 들어 있음.

초보자에게 느린 속도부터 손을 고정시키는 교사도 있음. 느린 연주에는 안정된 손을 만들어 낼 운동량이 없으므로 도움이 되지 않음. 학생은 아무 감각도 찾지 못한 채 손만 굳게 됨.

느리게 치거나 아직 테크닉이 부족할 때는 손이 움직여도 괜찮음. 이때 손을 억지로 묶어 두면 연주만 어려워지고 긴장까지 생김. 안정된 손을 익힌 뒤에는 느리거나 빠른 연주에서 표현에 필요한 큰 동작을 더해도 문제가 없음.

손등에 동전을 올려놓고 떨어뜨리지 않는 연습도 안정된 손을 잘못 이해한 방법임. 바흐를 제 속도로 연주하면 손에 올린 동전은 바로 날아감. 안정된 손은 움직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운동량을 다루는 손임. 움직임이 매우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임.

이 감각을 처음 얻으면 놓치기 어려움. 동작이 경제적으로 바뀌면서 음 사이에 여유가 생기고 통제력도 커짐. 속도의 벽도 거의 사라져 빠른 연주가 오히려 편해짐.

바흐 인벤션은 최종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안정된 손이 필요함. 이 주법이 없으면 속도의 벽에 부딪히기 쉬움. 바흐가 지정한 속도도 안정된 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음.

한 손 연습(HS)을 하면 안정된 손의 감각을 찾기 쉬움. 양손이 각각 이 주법으로 칠 수 있게 된 뒤 양손 연습(HT)을 시작하는 편이 좋음. 느린 속도로 양손을 맞출 수는 있지만, 안정된 손이 없는 상태에서 익힌 동작은 최종 속도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큼. 그대로 반복하면 잘못된 양손 습관이 굳을 수 있음.

아직 충분히 빠르게 칠 수 없는 학생은 안정된 손을 얻기까지 오래 걸림. 이런 경우에는 양손 연습을 먼저 시작할 수도 있음. 이후 한 손 연습과 병렬 세트로 속도를 높이며 감각을 차근차근 얻음.

수준보다 지나치게 어려운 곡을 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 바흐 인벤션은 음악적으로는 여러 속도에서 연주할 수 있지만, 작품에 담긴 테크닉까지 배우려면 권장 속도에 도달해야 함. 양손으로만 연습하면 두 손의 안정된 주법을 동시에 찾아야 해서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림.

연주하지 않는 손가락이 허공에서 제멋대로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안정된 손가락(quiet fingers)’이라고 함.

초보 단계에서는 남는 손가락이 움직여도 당장 연주가 막히지 않으므로 지나치기 쉬움. 그러나 쓸데없는 동작이 습관으로 굳으면 상급 과정에서 음악성과 통제력을 방해함. 오디션처럼 세밀한 완성도를 보는 자리에서는 합격 여부를 가를 수도 있고, 숙련된 심사자는 소리만 듣고도 알아챌 수 있음.

다른 테크닉처럼 짧은 구간을 골라 연습함. 수준에 따라 한 손이나 양손으로 한 마디, 또는 그보다 짧게 정함. 모든 손가락을 건반 가까이에 두고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을 하나씩 없앰.

표현을 살리려고 일부러 더하는 동작까지 없앨 필요는 없음. 예술적인 의도가 있는 동작은 자유롭게 써도 됨. 통제와 음악성을 방해하는 무의식적인 움직임만 정리함.

같은 원칙을 몸 전체에도 적용함. 연주에 끼어드는 불필요한 몸동작을 줄이고 편안한 상태를 만듦.

긴장하거나 느린 연주의 동작을 그대로 빠르게 끌어올리면 나쁜 몸동작이 생기기 쉬움. 느린 속도에서는 해가 없어 보여도 습관으로 굳은 뒤 속도를 올리면 연주와 리듬을 방해함. 속도의 벽이나 양손 연주의 어려움도 여기서 생길 수 있음.

자신도 모르는 몸동작은 연습이나 공연 영상을 찍어 보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음.

© 2016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hip, Chuan C. Chang, is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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