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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음계집합

Open Music Theory 한글판 ·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20세기 음악은 장·단조와 온음계 선법 바깥에서도 음을 고르게 묶는 방법을 많이 찾았음. 여기서 음계집합(collection)은 특정 으뜸음이나 기능화음을 전제하지 않고, 반복되는 음정 간격으로 음류를 묶어 보는 말임. 5음·온음·8음·6음·어쿠스틱 집합과 메시아앙의 한정이조선법은 그 대표적인 예임.

온음계집합은 서양음악의 바탕이지만, 늘 장조·단조나 선법으로 들리는 것은 아님. 특정 음을 중심음처럼 굳히지 않은 채 C–D–E–F–G–A–B 같은 일곱 음을 넓게 쓰면 조성도 선법도 아닌 범온음계성(pandiatonicism)이 됨.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페트루슈카 첫머리 곳곳에서 이 성격을 들을 수 있음.

음이 온음계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중심음을 알 수 없음. 어떤 음을 지속·반복·강박·저음·종지에 놓는지가 빠져 있으면, 같은 일곱 음도 장조나 선법으로 정착하지 않을 수 있음.

5음음계집합은 전 세계의 많은 음악에서 쓰이며, 장2도–장2도–단3도–장2도–단3도 간격으로 한 바퀴가 닫힘. C를 기준으로 쓰면 (\hat1,\hat2,\hat3,\hat5,\hat6), 곧 C–D–E–G–A임.

같은 집합을 세 방식으로 볼 수 있음.

  1. 장음계에서 (\hat4)와 (\hat7)을 뺀 음집합임.
  2. F–C–G–D–A–E–B로 쌓이는 완전5도 고리에서 C–G–D–A–E 다섯 음만 떼어 낸 꼴임.
  3. 피아노의 검은 건반 G♭–A♭–B♭–D♭–E♭도 같은 5음음계집합임.

반음이 사라지므로 어느 한 음이 으뜸음으로 강하게 끌려가기보다 여러 회전이 자연스러워짐. C–D–E–G–A를 C에서 시작하면 장5음음계, A에서 시작하면 흔히 단5음음계라고 부르는 배열이 됨. 이 집합의 음 하나하나가 중심음 역할을 하기 쉬운 이유임.

5음음계 선율은 꼭 5음음계 화음으로 반주할 필요가 없음. Chen Yi의 타악기 협주곡 1악장에서는 2분 13초 무렵 현이 5음음계 선율을 내지만, 금관은 무조적으로 들리는 화음을 겹침. C–D–E–G–A 안에서 온전한 3화음은 C장조와 A단조 두 개뿐이므로, 선율과 화성의 음재료를 다르게 두는 편이 오히려 흔함.

온음음계집합은 장2도 여섯 개만으로 이루어진 여섯 음 집합임. 모든 이웃 음정이 같아서 중심음이 흐려지고, 작곡가는 그 부유하는 느낌을 의도적으로 씀. 영화·TV에서 꿈 장면에 온음음계를 붙이는 관습도 여기서 나옴.

서로 다른 온음음계집합은 둘뿐임.

이름음류 표기C에서 적은 음
(WT_0)([0,2,4,6,8,10])C–D–E–F♯–G♯–A♯
(WT_1)([1,3,5,7,9,11])C♯–D♯–F–G–A–B

(WT)는 whole tone의 약자이고 아래첨자는 C를 0, C♯을 1로 놓은 음류를 가리킴. (WT_1)을 반음 올리면 다시 (WT_0)가 되므로, 열두 번 이조해도 두 집합만 남음.

8음음계집합(octatonic collection)은 온음과 반음이 번갈아 나와 여덟 음을 만드는 집합임. 재즈에서는 감7화음과 잘 맞아 감음계(diminished scale)라고도 부름. 여기서 말하는 8음음계는 여덟 음을 가진 모든 음계가 아니라 이 특정한 교대 간격 음계임.

세 집합만 구별하면 됨.

이름음류반음으로 맞닿는 출발 음
(OCT_{0,1})([0,1,3,4,6,7,9,10])C–C♯
(OCT_{1,2})([1,2,4,5,7,8,10,11])C♯–D
(OCT_{2,3})([2,3,5,6,8,9,11,0])D–E♭

(OCT_{0,1})에 3을 더하면 ([3,4,6,7,9,10,0,1])가 되어 같은 집합으로 돌아옴. 음정 내용이 아주 균질해서 생기는 대칭성임. Joan Tower의 Silver Ladders 첫머리에서는 이 집합이 특히 또렷함.

8음음계는 20세기 전에 이미 러시아 음악에서 자주 나타났고, Eytan Agmon은 스카를라티 소나타 K.319의 62마디 뒤에서도 이 성격을 읽음. 집합 안에는 장·단3화음 여덟 개와 감3화음 네 개, 장7화음을 뺀 각 종류의 7화음 네 개씩이 들어감. 그런데 완전5도 뿌리진행으로 이어지는 화음은 없어서 으뜸–딸림 진행을 만들 수 없음. 대신 3도 관계 뿌리진행이 아주 많아짐. 쇼팽은 g단조 발라드에서 B♭7 화음 위에 8음음계집합을 올렸음. 그래서 익숙한 3화음을 들리게 하면서도 전통적인 가까운 조 관계보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음.

6음음계집합(hexatonic collection)은 반음과 단3도를 번갈아 쌓아 만드는 여섯 음 집합임. 블루스 음계처럼 여섯 음을 쓰는 다른 음계도 있지만, 이 이름은 여기의 (1\text{–}3\text{–}1\text{–}3\text{–}1\text{–}3) 간격 패턴만 가리킴.

네 번 이조하면 같은 음집합으로 되돌아오며, 가장 낮은 반음쌍으로 이름을 붙임. 예를 들어 (HEX_{0,1})은 C–C♯을 품은 6음음계집합임. 각 집합에는 장3화음 세 개, 단3화음 세 개, 증3화음 두 개가 들어가지만 특정 으뜸화음이나 조를 강제하지는 않음. 반음 간격의 증3화음 두 개를 나란히 두어도 같은 집합을 만들 수 있음.

어쿠스틱 집합(acoustic collection)은 배음열의 낮은 부분에서 보이는 음정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일곱 음 집합임. 장음계의 4음은 올리고 7음은 내린 꼴, 곧 믹솔리디안에 (\sharp\hat4)를 더한 음계와 닮았음.

1^  2^  3^  4^  5^  6^  7^\hat1\;\hat2\;\hat3\;\sharp\hat4\;\hat5\;\hat6\;\flat\hat7

낮은 배음의 옥타브·완전5도 등이 전통적으로 협화음과 연결되어 온 까닭에, 이 집합도 ‘자연스러운’ 소리라는 설명과 자주 묶임. 배음열은 실제 음정과 평균율 음정을 완전히 일치시키지 않으므로, 이 말은 기원에 관한 대략적인 대응으로만 받아들여야 함.

작곡가 Olivier Messiaen은 몇 번 이조하면 원래 음집합이 다시 나오는 대칭 음계를 한정이조선법(modes of limited transposition)이라고 불렀음. 12번 모두 서로 다르게 이조할 수 없는 집합이라는 뜻임. 8음음계도 그 한 예임.

선법반음 단위의 반복 간격
제1선법(2\text{–}2\text{–}2\text{–}2\text{–}2\text{–}2)
제2선법(1\text{–}2)의 반복
제3선법(2\text{–}1\text{–}1)의 반복
제4선법(1\text{–}1\text{–}3\text{–}1)의 반복
제5선법(1\text{–}4\text{–}1\text{–}1\text{–}4\text{–}1)
제6선법(2\text{–}2\text{–}1\text{–}1)의 반복
제7선법(1\text{–}1\text{–}2\text{–}1\text{–}1\text{–}1\text{–}1\text{–}2\text{–}1\text{–}1)

이 일곱 개만 그런 것은 아님. 그 부분집합이나 상위집합도 같은 성질을 가질 수 있음. 예컨대 제1선법은 제3·제6선법의 부분집합임. 어쿠스틱 집합은 이 성질이 없으므로 메시아앙 표에 들어가지 않음.

거리 모형(distance model)은 두 음정을 교대로 반복해 음계집합을 만드는 더 좁은 방법임. (1:2)는 반음과 온음을 번갈아 쓰는 8음음계, (1:3)은 반음과 단3도를 번갈아 쓰는 6음음계이며 집합이론에서는 ‘매직’ 헥사코드라고도 함. (1:5)는 반음과 완전4도를 번갈아 씀. 이 방식은 다음 글에서 다룰 Béla Bartók와 특히 깊게 연결됨.

미분음 선법, 평균율 12음을 전제하지 않는 Ligeti와 스펙트럴 음악의 음정 체계, Bartók Mikrokosmos의 비표준 조표처럼 온음계에 변화를 준 합성선법, Verdi Ave Maria의 스칼라 에니그마티카처럼 한 번만 두드러지게 쓰인 음계까지 탐색 범위는 더 넓음.

어떤 집합이 시대와 장르를 넘어 되풀이되는 까닭에는 여러 설명이 있음.

  • 배음열과의 대응: 낮은 배음에 가까운 음정을 협화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집합의 매력과 연결된다는 가설임. 어쿠스틱 집합이 가장 직접적인 사례임.
  • 대칭: 20세기 작곡가는 배음열과 근음화성의 ‘아래에서 위로’ 쌓이는 질서와 다른 질서를 찾았음. 한 음계 안의 회전대칭도 있고, Bartók Cantata Profana처럼 음계 사이에서 생기는 대칭도 있음.
  • 최대 균등성(maximal evenness): 음을 한 옥타브 안에 가능한 한 고르게 펼치는 관점임. 온음계집합의 두 반음은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나머지 대부분의 온음 사이에 균등하게 분산됨.

이 설명들은 집합의 성질을 밝히는 도구일 뿐, 특정 집합 하나가 곧 특정 정서나 문화적 뜻을 갖는다고 단정하게 해 주지는 않음. 실제 작품에서는 음색·리듬·등록·화성·맥락을 함께 봐야 함.

원문: Collections
20세기 음악의 주요 음계집합, 한정이조선법, 집합의 대칭과 균등성을 다루는 Open Music Theory 원문.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coll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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