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음렬주의의 역사와 맥락
Open Music Theory
섹션 제목: “Open Music Theory”Open Music Theory 한글판 ·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12음 기법을 갑자기 과거와 단절한 규칙으로 보면, 왜 작곡가들이 이 방법을 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움. 반음계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조성의 중심이 약해지던 시기에, 열두 음을 하나의 질서로 묶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로 12음 기법이 나왔음. Schoenberg가 “서로 관계하는 것은 열두 음뿐”이라고 말한 까닭도 음 하나를 으뜸처럼 세우지 않겠다는 데 있었음.
새로운 질서라는 생각
섹션 제목: “새로운 질서라는 생각”제1차 세계대전 뒤 유럽에서는 예전 질서가 무너졌다는 감각이 널리 퍼졌음. 그 상황에서 12음 기법을 ‘새로 시작하는 음악’으로 읽는 설명도 나옴. Schoenberg에게 12음 기법은 단순히 무조음악을 정리하는 장치가 아니라, 조성음악처럼 재료 전체를 한 원리 아래 묶는 작곡법이었음.
그렇다고 이 방법이 조성음악의 반대편에만 서는 것은 아님. 12음 작품에도 반복·대칭·정경·변주·무곡처럼 오래된 작법이 계속 남고, 이 글 앞에서 본 Webern의 작품도 교향곡·협주곡이라는 제목을 씀. 음고의 위계는 없애더라도 리듬, 음역, 음색, 형식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님.
Pierre Boulez는 1952년에 음렬 기법을 쓰지 않는 작곡가는 쓸모없다고까지 말했지만, 그 말은 당시의 강한 논쟁을 보여 줄 뿐 오늘의 기준이 될 수는 없음. 12음 기법은 20세기 음악을 읽는 중요한 창이지만, 모든 음악을 재단하는 척도는 아님.
조성음악 안에도 있던 음렬적 생각
섹션 제목: “조성음악 안에도 있던 음렬적 생각”한 번 나온 음들을 되풀이하지 않고 차례로 다루거나, 뒤집기와 역행을 써서 재료를 통제하는 생각은 12음 기법보다 훨씬 오래됨. J. S. Bach의 푸가의 기법과 게행(蟹行) 대위법, 고전시대의 대칭적 선율은 이미 이런 발상과 닿아 있음. Haydn 교향곡 47번의 Menuet al Roverso는 앞에서 뒤로 읽어도 같은 춤곡이 되는 대표 사례임.
수평으로 선율을 뒤집는 전위와,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역행은 20세기에 특히 엄격한 구조로 발전했음. Bartók, Hindemith, Britten도 대칭과 역행을 다양한 방식으로 썼음. Hindemith의 Ludus Tonalis에서는 앞의 전주곡과 끝의 후주곡이 거울처럼 대응하고, Britten의 Cantata Academica 2악장 ‘Alla rovescio’도 역행 대칭을 제목으로 드러냄.
조성이 분명한 음악에도 열두 음을 모두 한 번씩 쓰는 구절은 있을 수 있음. 다만 그렇게 음을 한 번씩 썼다는 사실만으로 12음 작품이 되지는 않음. 음렬이 형식·화성·동기·음역을 계속 조직하는지까지 봐야 함.
조성 안의 음렬
섹션 제목: “조성 안의 음렬”Alban Berg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렬은 장·단3화음, 완전5도, 온음음계 일부처럼 익숙한 조성 재료를 품고 있음. 그래서 음렬을 따라가도 화성의 윤곽과 조성적 인상이 함께 들림. Hale Smith의 Evocation은 [0,2,7]을 두드러지게 쓰고, 4도화음과 재즈 즉흥의 어법을 음렬 안으로 끌어들임. Benjamin Britten의 오페라 The Turn of the Screw도 4도 중심의 음렬을 테마와 각 막의 중심음 조직에 활용함.
원문에는 FourScoreAndMore가 만든 ‘Tonal Tone Rows’ 상호작용 예시도 실려 있음. 조성적 음렬이 어떤 윤곽으로 들리는지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으며, 위 작품들의 음렬 예시와 함께 아래 원문 카드에서 확인할 수 있음.
Schoenberg만의 발명은 아니었음
섹션 제목: “Schoenberg만의 발명은 아니었음”Arnold Schoenberg의 제자들이 12음 기법을 널리 알렸지만, Josef Matthias Hauer도 거의 같은 시기에 열두 음을 조직하는 자기 방법을 만들었음. Herbert Eimert 역시 독자적인 12음 작법을 제안했음. 한 사람이 무에서 만든 발명이라기보다, 당시 음악가들이 공통으로 맞닥뜨린 문제에 여러 방향에서 답한 결과로 보는 편이 맞음.
Hauer는 1926년 Zwölftontechnik: Die Lehre von den Tropen에서 자신의 방법을 정리했음. 그는 열두 음을 두 헥사코드로 나눈 조합을 ‘트로프(Tropen)’로 묶고, 순서 없는 헥사코드의 대칭 성질을 기준으로 44개를 네 부류(Poly-, Mono-, Endo-, Exo-)로 분류했음. Schoenberg식 음렬이 한 줄의 순서를 중시한다면, Hauer의 체계는 헥사코드 조합이 빚는 음정 관계에 더 무게를 둠.
음고 바깥까지 질서를 넓히다
섹션 제목: “음고 바깥까지 질서를 넓히다”음렬 기법을 음고에만 쓰지 않고 리듬·셈여림·음가·발음법까지 넓히는 방법을 전체음렬주의(integral serialism 또는 total serialism)라고 부름. 모든 요소를 똑같이 기계적으로 통제한다는 뜻은 아님. 어떤 요소를 어떤 단위로 음렬화하는지에 따라 음악의 결과는 크게 달라짐.
Ruth Crawford Seeger는 1930년 무렵 이미 음고 외 요소의 조직을 밀도 있게 다뤘음. 이어 Milton Babbitt의 Three Compositions for Piano(1947), Olivier Messiaen의 Mode de valeurs et d’intensités(1949–50), Karlheinz Stockhausen의 Kreuzspiel(1951), Boulez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Structures I(1952)가 그 흐름을 대표함.
Webern에게서도 단서는 찾을 수 있음. 교향곡 Op.21 1악장은 음렬의 음을 특정 음역에 묶어 두고,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Op.27에서는 B와 G♯에 특정 음가·셈여림·레가토를 반복해서 붙임. 뒤 세대의 전체음렬주의가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음고 말고도 들리는 요소를 조직하려는 작곡가들의 관심이 이어진 결과임.
음렬을 역사 속에서 읽기
섹션 제목: “음렬을 역사 속에서 읽기”12음 기법을 배우면 표와 행렬이 먼저 보이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그 표가 전부가 아님. Berg처럼 조성적 제스처를 남길 수도 있고, Webern처럼 대칭과 음색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으며, Babbitt나 Boulez처럼 여러 매개변수를 촘촘히 맞물리게 할 수도 있음. 분석할 때는 음렬형을 맞히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질서가 어떤 소리·형식·표현을 만들었는지까지 들어야 함.
더 읽고 연습하기
섹션 제목: “더 읽고 연습하기”- Berg 바이올린 협주곡, Britten The Turn of the Screw, Hauer의 트로프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음렬이 조성·음정·형식과 맺는 관계를 비교해 보기.
- Arnold Schoenberg, Style and Idea(1950); H. H. Stuckenschmidt, Arnold Schoenberg: His Life, World and Work(1977); Horace J. Maxile Jr., “Hale Smith’s Evocation”(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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