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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헝가리 광시곡과 민족성

13.5. 헝가리 광시곡과 민족성 이미지 1

헝가리 전통 의상을 입은 프란츠 리스트 초상화

리스트는 평생을 파리, 바이마르, 로마 등에서 활동했지만, 자신의 출생지인 헝가리에 대한 강렬한 정체성과 애국심을 평생 간직했음. 19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민족주의(Nationalism)의 영향 아래, 그는 자신의 뿌리인 헝가리의 음악을 피아노를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시도를 함. 그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헝가리 광시곡(Hungarian Rhapsodies)연작임.

집시 음악과의 만남

리스트가 ‘헝가리 민속음악’이라고 믿고 소재로 삼았던 것은, 사실 헝가리 농민의 토착 민요(마자르족 음악)가 아니라, 당시 헝가리의 도시와 카페에서 연주되던 도시 집시(Romani) 악단의 음악이었음. 이들의 음악은 ‘베르분코슈(Verbunkos)’ 스타일로 알려져 있으며, 다음과 같은 뚜렷한 특징을 가짐.

라산(Lassan)과 프리슈커(Friska) 구조

곡은 보통 느리고 즉흥적이며 화려한 장식음이 많은 서주 부분(라산)으로 시작하여, 점차 속도가 빨라지며 열광적으로 변하는 빠른 춤곡 부분(프리슈커)으로 이어짐.

집시 음계

특유의 이국적이고 서글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계(단음계에서 4음과 7음을 반음 올림)를 사용함.

악기 편성

즉흥연주를 이끄는 바이올린과, 특유의 금속성 울림을 내는 타현악기 ‘침발롬(cimbalom)’이 중심이 됨.

피아노로 옮겨온 집시 악단 리스트는 이 집시 악단의 소리와 연주 스타일을 피아노 한 대로 재현하고자 함.

  • 피아노의 화려한 카덴차와 장식음은 바이올린의 즉흥 연주를 모방함.

  • 빠르고 반짝이는 아르페지오나 트레몰로, 트릴 등은 침발롬의 독특한 음색을 피아노로 번역한 것임.

  • 대부분의 광시곡은 ‘라산’ 부분의 어둡고 장중한 서주와 ‘프리슈커’ 부분의 열광적인 피날레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음.

리스트는 총 19개의 피아노 독주용 헝가리 광시곡을 작곡했으며, 곡마다 예술적 평가는 달랐지만, 그의 가장 대중적이고 화려한 피아니즘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큰 인기를 누렸음. 이 중 2번, 6번, 12번, 15번(라코치 행진곡) 등이 특히 유명함.

역사적 의의

훗날 버르토크(Bartók)와 코다이(Kodály) 같은 헝가리 작곡가들은 과학적인 민속학 연구를 통해, 리스트가 사용한 음악이 집시들의 음악이며 실제 마자르족 농민의 민요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냄. 이러한 음악학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이 19세기 낭만적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가장 성공적인 예술 작품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음.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헝가리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유럽 음악계에 강렬하게 각인시켰으며, 이국적인 민속 소재를 기교적인 연주회용 작품으로 만드는 새로운 장르의 전형을 제시함.

결론적으로 <헝가리 광시곡>은 리스트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와 그의 낭만적 애국심이 결합된 독특한 산물임. 이는 민속 음악의 학문적 재현이라기보다는, 이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력과 피아노를 통해 표현한 ‘헝가리 정신에 대한 광시곡(Rhapsody)’이라 할 수 있음.

헝가리 광시곡 2번

피아노 :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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