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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암보의 요령과 원칙

©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새 곡은 연습하기 전에 외움. 곡을 시작할 때 10~20음 정도의 짧은 구간으로 나누어 배우므로 암보에 시간이 거의 들지 않음. 그 구간을 익히려면 어차피 암보에 필요한 횟수보다 훨씬 많이 반복해야 함.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먼저 외운 뒤 기억으로만 연습함.

곡을 배우는 과정과 외우는 과정은 거의 같음. 둘을 함께 하면 악보를 찾고 읽은 뒤 건반 동작으로 바꾸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테크닉도 더 빨리 익힘.

곡을 다 배운 뒤 외우는 옛 방식은 한 손 연습구간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만듦. 같은 과정을 두 번 견딜 시간과 인내심을 가진 사람은 드묾. 그래서 나중에 외우는 사람보다 처음부터 외우는 사람이 더 튼튼하게 기억함.

한 손씩 외운 기억은 연주 중 블랙아웃이 생겼을 때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됨.

짧은 곡이나 한 악장을 외웠다면 약 10마디씩 논리적인 구간으로 다시 나눔. 그런 다음 순서와 관계없이 아무 구간에서나 시작함. 처음부터 짧은 구간으로 배웠다면 어렵지 않아야 함. 곡의 어느 곳에서든 시작하는 능력은 실제 연주에서도 매우 유용함.

외운 뒤에는 기억이 정확한지 대조하거나 나타냄말을 확인할 때만 악보를 다시 봄. 같은 구간을 지나치게 반복해도 기억이 반복 횟수에 비례해 강해지지는 않음. 2~5분 기다렸다가 다시 기억해 내는 편이 나음.

여기서는 망각을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보다 정보를 꺼내지 못하는 문제로 봄. 잘못된 기억을 따라가다 막히는 혼란이 가장 흔한 원인임. 한 손 암보는 다루는 정보가 적어 혼란을 줄여 줌.

느리게 치는 연습도 기억을 시험하는 좋은 방법임. 생각이 다른 곳으로 샐 시간이 많아 기억의 빈틈이 쉽게 드러남. 동시에 머리와 손 사이에서 정보를 여러 번 주고받을 여유가 있어 기억을 다지는 데도 좋음.

읽기는 잘하지만 암보가 약한 학생도 있고 그 반대도 있음. 타고난 차이보다는 연습 습관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음. 읽기에 능숙하면 외울 필요를 덜 느끼고, 암보에 능숙하면 악보 읽기를 소홀히 하기 쉬움. 교사는 초보 단계부터 두 능력의 균형을 잡아야 함.

암보를 하지 않는 학생도 어려운 대목은 실제로 대부분 기억으로 침. 악보는 심리적 버팀목이나 작은 단서로만 쓰는 경우가 많음. 암보를 전혀 하지 않으면 어느 내용도 깊이 익히기 어려우며 테크닉의 발전도 제한됨.

감정이 깊은 음악에 집중할 때 피아니스트는 자주 눈을 감음. 시각은 입체적이고 다채로우며 계속 움직이는 방대한 정보를 뇌에 보냄. 눈을 감으면 이 처리 능력을 음악에 돌릴 수 있음.

청중은 눈을 감고 치는 일을 어렵다고 여기지만 연주자에게는 오히려 쉬울 수 있음. 어려운 공연에서 일부러 연주를 더 힘들게 만들 사람은 없음.

눈 감고 치기는 빨리 배울 수 있으며 숙련된 피아니스트라면 갖춰야 할 기술임. 건반의 위치를 손끝으로 느끼고 자기 연주를 더 세밀하게 듣게 되므로 눈을 뜨고 칠 때의 능력도 좋아짐.

기억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는 사람들은 숫자를 이야기나 장면으로 바꾸는 식의 기억 알고리즘을 씀. 사람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새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질서와 연결한다는 점은 같음.

달력의 요일을 순식간에 계산하는 사람도 몇 가지 주기만 기억해 활용함. 숫자는 0~9만 알면 아무리 큰 수도 적을 수 있고, 피아니스트는 한 옥타브의 12음 체계를 알면 88건반 전체를 다룰 수 있음. 복잡해 보이는 기억도 알맞은 구조를 찾으면 훨씬 단순해짐.

음악 자체가 강력한 기억 알고리즘이므로 피아노 암보에는 별도의 기발한 암기술이 꼭 필요하지 않음. 음악은 하나의 언어이며, 노인이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들려주듯 피아니스트도 구조를 이해하면 여러 시간의 레퍼토리를 기억할 수 있음.

피아노 암보에는 다음 다섯 가지 기억이 특히 중요함.

멜로디, 리듬, 화성, 표현, 감정처럼 음악 자체의 흐름을 기억함. 타고난 반응과 학습한 과정이 함께 작동하므로 상당 부분 저절로 생김. 음악과 감정을 강하게 연결하는 사람에게 특히 유리함.

절대음감이 있으면 기억 속 음악에서 건반을 찾기 쉬움. 작곡가도 음악 기억을 늘 활용함. 음악성이 좋을수록 암보에도 유리한 이유임.

정신적·청각적·촉각적 자극과 반복 연습으로 생긴 습관적 반사임. 흔히 머슬 메모리라고 부름. 스케일, 아르페지오, 알베르티 베이스 같은 익숙한 음형을 음마다 생각하지 않고 치게 해 줌. 반복 연습의 부산물로 자연히 생기며 꼭 필요한 기억임.

하지만 이것만 믿으면 위험함. 무대나 낯선 피아노처럼 평소 자극이 달라지면 블랙아웃이 생길 수 있음. 중간에 막혔을 때 앞의 자극이 사라져 다시 시작하기도 어려움. 손 기억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반사에 기대므로 다른 기억을 더해 연결 고리를 늘려야 함.

누르는 건반의 순서와 손의 움직임을 기억함. 머릿속 피아노를 실제로 연주하는 방식임.

악보의 음표를 건반으로 다시 번역할 필요가 없고, 곡을 연습하는 동안 저절로 생기며 연주할 때마다 강화됨. 초보자가 가장 먼저 배우기 쉽고 효과도 빠름. 음악 기억과 손 기억이 함께 붙으므로 적은 노력으로 튼튼한 토대를 만들 수 있음.

악보를 시각 이미지로 기억함. 작곡, 초견, 이론 분석, 멘탈 플레이에 필요하므로 고급 피아니스트라면 길러야 함. 적어도 모든 곡의 첫 줄이나 첫 페이지, 특히 조표와 박자표는 이미지로 외워 둠.

한 손씩, 한 마디씩 시작함. 앞부분을 정확히 기억하기 전에는 다음 마디를 더하지 않음. 인쇄상의 흠이나 연필 자국까지 함께 기억하면 연결 고리가 늘어남. 잘 외워지지 않는 마디에는 웃는 얼굴처럼 눈에 띄는 표시를 직접 그려 단서로 삼을 수 있음.

피아노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머릿속 악보를 자주 읽으면 연주 중 막힌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다음 부분을 미리 읽으며, 초견 능력도 높일 수 있음.

단점도 있음. 시각 정보량이 커서 오래 유지하기 어렵고 다른 기억보다 관리에 시간이 더 듦. 머릿속 악보를 읽는 속도가 느리면 연주를 방해할 수도 있음.

사진 기억이 없다고 느낀다면 짧은 곡을 건반 기억으로 먼저 외운 뒤, 기억으로 치는 각 마디를 원래 악보의 모양과 다시 연결함. 건반과 악보 사이를 여러 번 오가면 앞·뒤·중간 어디서든, 한 손씩 따로도 악보를 써 볼 수 있게 됨.

조표가 곡 전체에 미치는 영향, 화성 진행, 주제의 발전, 악장 사이의 관계, 마디와 구간의 연결, 결말의 구성처럼 음악 이론과 구조로 외움.

초보자에게는 어렵지만 이론을 배울수록 중요해지며 상급자에게는 빠질 수 없는 기억이 됨. 이론을 많이 몰라도 마디 수와 반복을 세는 구조 분석부터 시작할 수 있음.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만 고르지 말고 모두 씀. 감정·역사·장소와 관련된 기억도 더할 수 있음. 기억은 연결에 기대므로 연결 방식이 많을수록 더 잘 외우고 더 쉽게 꺼낼 수 있음. 초보자는 가장 쉬운 건반 기억부터 시작하되, 결국 여러 방식을 함께 쓰게 됨.

같은 내용을 세 번 잊고 다시 외우면 대개 오래 기억할 수 있음. 잊는 일을 실패로 보지 않고 기억법을 세 번 시험하는 기회로 바꾸는 방법임. 망각에 대한 좌절과 두려움은 암보가 약한 사람의 가장 큰 적이므로, 일부러 ‘잊어 보겠다’고 생각하면 부담도 줄어듦.

연주회 피아니스트는 높은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악보를 읽고 장까지 넘길 시간이 없으므로 기억으로 연주함. 암보는 특별한 재능이나 사치가 아니라 필수 능력임.

레퍼토리 암보에는 처음 외우는 시간과 기억을 보관·수리하는 유지 시간이 듦. 처음부터 외우며 배웠다면 최초 암보 시간은 거의 들지 않지만, 평생 합치면 유지 시간이 훨씬 큼. 다섯 시간에서 열 시간 분량의 곡을 외운 뒤에는 유지 부담 때문에 레퍼토리를 더 늘리기 어려울 수도 있음.

한동안 곡을 내려놓았다가 필요할 때 다시 외우는 방법도 있음. 처음에 잘 외운 곡은 몇 년 동안 치지 않아도 빠르게 되살릴 수 있음. 처음 암보가 부실했다면 전체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함. 연습 전에 외우고 기억으로만 연습했다면 대체로 잘 외운 곡에 해당함.

스무 살 전에는 가능한 한 많은 곡을 외움. 어린 시절에 외운 곡은 잘 잊지 않으며, 잊어도 쉽게 되살릴 수 있음. 마흔 이후에 외운 내용은 더 많은 암보와 유지 노력이 필요함. 일흔 이후에도 새 곡을 외울 수 있지만 새 기억을 지키려면 계속 관리해야 할 수 있음.

가장 효과적인 유지법은 피아노에서 떨어져 멘탈 플레이(MP)를 하는 것임. MP는 암보가 충분히 되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기도 함.

유지 연습을 할 때는 악보로 음과 나타냄말을 다시 확인함. 처음 악보를 잘못 읽었다면 같은 악보를 다시 볼 때 같은 실수를 놓칠 수 있으므로 녹음을 들어 비교하는 것도 좋음. 자기 연주와 녹음의 큰 차이는 귀에 거슬려 쉽게 발견할 수 있음.

© 2016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hip, Chuan C. Chang, is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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