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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신리만 3화음 진행

Open Music Theory 한글판 ·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19세기 후반의 3화음 진행에는 로마숫자로 기능을 붙이기 어려운 대목이 자주 나옴. Brahms의 바이올린·첼로 협주곡 1악장 268–279마디도 A♭장3화음에서 출발해 같은 화음으로 돌아오지만, 사이 화음은 A♭장조에 속하지 않고 기능화성의 관습도 따르지 않음.

예시 1. Brahms 바이올린·첼로 협주곡 1악장 268–279마디

예시 1. Brahms 바이올린·첼로 협주곡 1악장, 268–279마디

예시 2. Brahms 진행의 축약

예시 2. 270–276마디의 3화음 축약

‘비기능화성’이라고만 부르면 화음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을 놓침. 조성 중심 없이 장·단3화음이 몇 음을 함께 두고 어떻게 바뀌는지 살피면 다른 논리가 보임. 신리만 이론(Neo-Riemannian theory)은 그 최소 성부 진행을 변환과 공간으로 설명함.

세 변환 모두 공통음 두 개를 남기고 한 음만 움직여 장·단 성질을 바꿈.

  • 관계조 변환 R(Relative): 장3도를 공통음으로 남기고 나머지 음을 온음 움직임.

  • 동주조 변환 P(Parallel): 완전5도를 공통음으로 남기고 나머지 음을 반음 움직임.

  • 이끈음 교환 L(Leading-tone exchange): 단3도를 공통음으로 남기고 나머지 음을 반음 움직임.

예시 3. P·L·R의 성부 진행

예시 3. P·L·R 기본 변환

각 변환은 두 화음을 오가는 전환 스위치와 같음. C장3화음에 L을 적용하면 E단3화음이 되고, E단3화음에 L을 다시 적용하면 C장3화음으로 돌아옴. 같은 변환을 계속하면 셋째 화음으로 나아가지 않고 두 화음을 번갈아 오감.

예시 4. C장3화음과 E단3화음을 오가는 L

예시 4. L을 연속 적용한 C장3화음–E단3화음

19세기 작품에서는 같은 변환만 오래 되풀이하는 일이 드물지만, Laurie Anderson의 〈O Superman〉은 곡 전체에서 L을 연속해서 씀.

톤네츠(Tonnetz)는 음을 다음 세 축에 배열한 공간임.

  • 가로: 완전5도

  •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장3도

  •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 단3도

인접한 세 음의 삼각형은 장3화음이나 단3화음을 이룸. 이명동음을 구별하면 평면이 끝없이 이어지고, 이명동음을 같은 음으로 묶으면 양쪽 끝이 붙어 원환면 모양을 이룸.

예시 5. 톤네츠

예시 5. 톤네츠

삼각형을 한 변 너머로 뒤집으면 신리만 변환을 눈으로 볼 수 있음.

  • 완전5도 변을 넘으면 P

  • 장3도 변을 넘으면 R

  • 단3도 변을 넘으면 L

예시 6. C장3화음과 G단3화음에서 시작한 P·L·R

예시 6. 톤네츠 위 P·L·R

C장3화음은 C–G 변을 넘어 C단3화음(P), G–E 변을 넘어 E단3화음(L), C–E 변을 넘어 A단3화음(R)으로 감. G단3화음처럼 단3화음에서 시작하면 반대 방향으로 뒤집음.

Brahms 예시의 두 A♭장3화음 사이에는 P와 L이 번갈아 이어짐. 시작점의 G♯장3화음을 A♭장3화음으로 바꿔 읽어야 톤네츠의 같은 기둥을 따라 오른쪽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이 보임.

예시 7. Brahms 진행의 P·L 변환

예시 7. 톤네츠 위 Brahms 270–276마디 분석

한 조의 장·단3화음은 톤네츠에서 가까이 모이고, 조성상 먼 화음은 대체로 멀리 떨어짐. 기능화성의 습관만으로 떠올리기 어려운 진행도 인접 삼각형을 따라 만들 수 있음.

같은 변환 모형을 따라 출발 화음으로 돌아오면 순환(cycle)을 이룸. Brahms 진행은 P와 L을 번갈아 적용하고 같은 A♭장3화음으로 돌아오므로 PL 순환임.

두 변환으로 만드는 기본 순환은 세 가지임.

  • PL 순환: 여섯 번 변환하면 출발 화음으로 돌아옴.

  • RP 순환: 여덟 번 변환하면 돌아옴.

  • RL 순환: 장·단3화음 24개를 모두 거친 뒤 돌아오므로 길이가 매우 김.

예시 8. PL·RP 순환

예시 8. PL·RP 순환

예시 9. 장·단3화음 24개를 도는 RL 순환

예시 9. RL 순환

세 변환을 잇는 PLR 순환은 PLR을 두 차례 적용하면 출발 화음으로 돌아옴.

예시 10. PLR 순환

예시 10. PLR 순환

예시 11. PL·RP·PLR 순환과 모음음계

예시 11. PL·RP·PLR 순환의 전체 음향

각 순환의 모든 음을 모으면 전체 색채를 보여 주는 음계가 생김.

  • PL 순환: 반음과 단3도가 번갈아 놓인 6음음계

  • RP 순환: 반음과 장2도가 번갈아 놓인 8음음계

  • PLR 순환: 모든 3화음이 공통음 하나를 함께 둠.

실제 작품에서 자주 만나는 변환 세 가지를 더 둘 수 있음.

  • S(Slide): P와 반대로 완전5도를 이루는 두 음을 각각 반음 움직여 장·단 성질을 바꿈.

  • N(Nebenverwandt): 단3도를 이루는 두 음을 각각 반음 움직여 장·단 성질을 바꿈. 독일어 이름은 ‘이웃 관계’를 가리키며 3도의 보조음 같은 움직임을 설명함.

  • H(Hexpole): 세 성부를 모두 반음 움직여 장3도 떨어진 반대 선법의 3화음에 닿음. PL 순환의 6음음계 극점을 연결함.

예시 12. S·N·H 변환

예시 12. S·N·H 변환

세 변환도 P·L·R의 조합으로 풀 수 있음. H는 PLP로 적을 수 있고, 어느 장·단3화음 사이도 다섯 단계 이내의 조합으로 연결할 수 있음. 그중 한 성부도 온음보다 멀리 움직이지 않는 최소 성부 진행이 특히 중요함.

P와 L은 한 음을 반음 움직이지만 R은 한 음을 온음 움직임. R로 연결된 두 화음 사이에 반음 단계를 하나 채우면 증3화음이 생김. C장3화음–C증3화음–A단3화음이 그 예임.

예시 13. R 사이에 놓인 증3화음

예시 13. C장3화음–C증3화음–A단3화음

증3화음도 대칭화음이라 C+를 E+[E–G♯–B♯]나 A♭+[A♭–C–E]로 바꿔 적을 수 있음. 어느 음을 근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한 성부만 반음 움직여 A단조·C♯단조·F단조로 갈 수 있음.

예시 14. C+의 세 적기와 세 단3화음 해결

예시 14. C+에서 한 반음으로 닿는 세 단3화음

반대 방향에서는 C·E·A♭장3화음이 한 성부를 반음 움직여 같은 C+ 음향에 닿음.

예시 15. 세 장3화음에서 같은 C+로

예시 15. C·E·A♭장3화음과 C+

대칭 구조 때문에 서로 다른 증3화음은 네 개뿐임. 각 증3화음과 한 성부의 반음 이동으로 연결되는 장·단3화음 여섯 개를 묶어 바이츠만 영역(Weitzmann region)이라고 함. 이름은 19세기 논문에서 증3화음의 유연성을 자세히 다룬 Carl Friedrich Weitzmann에서 따옴.

예시 16. 네 바이츠만 영역

예시 16. 네 증3화음과 여섯 장·단3화음으로 이루어진 바이츠만 영역

영역의 선 하나는 한 성부가 반음 움직이는 관계임. 왼쪽 3화음에서 오른쪽 3화음으로 두 선을 지나면 R·S·N을 찾을 수 있고, 세 변환 모두 전체 두 반음만 움직임.

PL 순환은 닫힌 고리라 오래 반복하면 선택지가 좁아짐. 증3화음을 더하면 서로 다른 PL 순환 사이를 건널 수 있음.

C+ 영역의 장3화음 C·E·A♭은 C에서 시작한 PL 순환의 장3화음과 같음. 같은 PL 순환의 단3화음은 E♭+ 영역에 모임. 여섯 장·단3화음에 두 증3화음을 더하면 화음 여덟 개가 되고, 육각형 대신 정육면체로 나타낼 수 있음.

예시 17. 증3화음을 더한 네 PL 정육면체

예시 17. PL 순환과 증3화음으로 만든 정육면체

정육면체의 모서리는 한 성부의 반음 이동을 나타냄. 장3화음과 단3화음 사이의 모서리는 P 또는 L이고, 서로 마주 보는 두 꼭짓점에는 증3화음이 놓임.

같은 증3화음이 서로 다른 정육면체 두 곳에 들어가므로 한 PL 순환에서 증3화음을 거쳐 옆 순환으로 건널 수 있음. Douthett와 Steinbach는 1998년에 네 정육면체를 연결한 지도를 큐브 댄스(cube dance)라고 불렀음.

예시 18. 큐브 댄스

예시 18. 모든 장·단3화음을 반음 이동으로 잇는 큐브 댄스

C를 포함한 PL 순환에서는 C+나 E♭+를 거쳐 옆 순환으로 갈 수 있음. C에서 D로 가려면 C+–D♭+ 또는 E♭+–D+를 거쳐 두 번 건너야 함. 그림에 RP·PLR 순환이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R을 포함한 다른 변환 사슬도 증3화음을 다리로 삼아 옮길 수 있음.

화음 사이의 거리를 성부가 움직인 반음 수로 재면 큐브 댄스는 귀에 가깝게 들리는 화음을 가까이, 멀게 들리는 화음을 멀리 놓음. 조성 중심을 먼저 세우지 않아도 19–21세기의 비기능적 3화음 진행을 분석하거나 새 진행을 만들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음.

Open Music Theory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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