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선법·음계집합 분석
Open Music Theory
섹션 제목: “Open Music Theory”Open Music Theory 한글판 ·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선법과 음계집합의 이름·간격·대칭을 아는 것만으로 분석이 끝나지는 않음. 새 작품이 장·단조 문법으로는 잘 읽히지 않지만 무조·음렬 음악도 아닌 듯할 때, 악보와 소리 속 단서로 어떤 중심과 음재료가 작동하는지 찾아야 함. 20세기 음악은 조표 같은 지름길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 과정이 더 중요함.
분석을 시작하는 네 가지 단서
섹션 제목: “분석을 시작하는 네 가지 단서”선법을 볼 때는 아래 네 층을 함께 살핌.
- 특정 음정 관계로 모인 음집합. 예를 들어 C–D–E–F–G–A–B.
- 기준점이 되는 으뜸음 또는 종지음. 예를 들어 C.
- 으뜸음과 다른 음 사이의 위계. 딸림음·버금딸림음처럼 더 두드러지는 음이 여기에 들어감.
- 선율의 윤곽과 음역.
첫 번째는 선법이 이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줌. D도리안만 있는 것이 아니라 E도리안, D프리지안도 가능함. 그래서 ‘G 위의 D선법’처럼 헷갈리기 쉬운 표현도 생김. 선법 음악에도 반음계 음은 들어갈 수 있으므로, 악보에 나온 모든 음이 한 음계 안에 들어가야만 선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님. 예외가 몇 개나 되는지, 그 예외가 장식인지 구조인지가 분석의 질문이 됨.
음집합만으로 후보가 너무 많이 남을 때는 중심음을 찾아야 함. Cohn이 Harrison의 논의를 받아 정리한 처음·마지막·가장 크게·가장 길게라는 기준이 출발점으로 쓸 만함. 어떤 음에서 구절이 시작하거나 끝나는지, 강박에 놓이는지, 선율의 꼭대기에만 나오는지, 지속저음으로 남는지를 봄. 이런 자리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음이 중심음으로 들릴 가능성이 큼.
교회선법에서 정격·변격을 가르던 음역은 다른 종류의 음악에서도 여전히 단서가 될 수 있음. 선율이 어느 음을 향해 오르내리는지, 어느 음역에서 오래 머무는지도 중심음 판단에 보탬이 됨.
이름 붙인 뒤에 해석으로 넘어가기
섹션 제목: “이름 붙인 뒤에 해석으로 넘어가기”음계집합을 확인했으면 그 이름을 작품 해석에 연결해야 함. 아래 질문을 차례로 던져 보면 됨.
- 장·단조로 읽는 일이 얼마나 쉬운가. 구조가 선명한가, 일부러 감춰져 있는가. 그 거리가 작품의 긴장이나 정서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 선법의 특징음은 이 작품에서 어떻게 들리는가. 리디안의 (\sharp\hat4)가 들뜸·상승감으로, 프리지안의 (\flat\hat2)가 탄식처럼 작용하는지처럼 실제 맥락에서 확인함.
- 선법들이 얼마나 분명히 나뉘는가. 선법이 바뀔 때 공통음 또는 공통 종지음이 남는가. 조성의 전조처럼 가까운 이동과 먼 이동을 말할 수 있는가.
- 선법의 분포가 다른 형식 경계와 맞물리는가. 리듬·음색·짜임새가 바뀌는 지점에서 음계집합도 함께 바뀌는지 봄.
특징음이 언제나 하나의 감정을 뜻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됨. 음악 안에서 반복되는 위치, 다른 재료와의 결합, 들리는 흐름을 근거로 삼아야 함.
Bartók 〈From the Island of Bali〉를 읽는 법
섹션 제목: “Bartók 〈From the Island of Bali〉를 읽는 법”아래 세 발췌는 Béla Bartók의 From the Island of Bali에서 가져온 것임. 먼저 직접 확인해 볼 만한 질문은 이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선법이 이어지는가? 어느 음이 집합 밖에 놓이는가? 종지음이 나타나는가? 두 선법이 한꺼번에 겹치는 순간은 있는가?
원문 발췌 1. Bartók, From the Island of Bali
원문 발췌 2. Bartók, From the Island of Bali
원문 발췌 3. Bartók, From the Island of Bali
첫 발췌는 선법과 종지음 어느 쪽으로도 쉽게 하나로 결정되지 않음. 두 손을 합치면 깔끔한 8음음계집합이지만, 손을 따로 보면 Bartók와 자주 연결되는 (1:5) 거리 모형임. 집합 이론 표기로는 집합류 ((0167))임. 두 해석이 동시에 가능한 대칭성이 있고, 한 종지음이 떠오르는 느낌은 거의 없음.
뒤의 두 발췌는 첫 강박에서 뚜렷한 도착감을 만들며, 각각 G♭과 E♭을 으뜸음처럼 들리게 함. 그런데 처음 발췌와 멀어 보이면서도 음재료는 가깝게 이어짐. 두 번째 발췌의 ([B,C,F,G\flat])는 첫머리 오른손에 나온 음과 정확히 같음. 이 독법에서 A𝄫는 선법에 온전히 들어가지 않는 반음계적 상행 보조음으로 볼 수 있음.
세 번째 발췌의 ([A,B\flat,D,E\flat])는 첫머리 왼손 음의 가까운 변형임. 처음의 모호함에서 E♭장조를 또렷이 떠올리게 하는 구간으로 갔다가, 곡은 곧 다시 출발점의 기술적·정서적 자리로 돌아감. 같은 음재료가 변형되며 통일감을 만들고, 중심음의 선명도가 달라지며 전체의 방향도 만들어지는 사례임.
선법·집합과 음악 밖의 뜻
섹션 제목: “선법·집합과 음악 밖의 뜻”선법과 음계집합은 음악 밖의 연상을 불러오기도 함. 20세기 사례만 다룬다고 해서 선법이 그 시대에만 쓰인 것은 아님. 베토벤은 1824년 Missa Solemnis 〈Credo〉에서 도리안을 써, 그 선법이 오던 전조성 음악의 기억을 불러냄.
집합 자체의 성질도 연상에 보탬이 됨. 온음음계의 중심 없는 성격은 Debussy의 〈Voiles〉(1909)에서처럼 부유하는 이미지와 자주 연결됨.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1892)의 〈사탕 요정의 춤〉 첼레스타 아르페지오에서는 8음음계가 이국적·시간 밖·마법 같은 화제로 흔히 읽힘.
그런 뜻은 음집합만이 아니라 작곡가의 선택, 작품의 역사, 듣는 사람의 기억이 만나 생김. ‘온음음계니까 꿈’처럼 재료 하나로 뜻을 고정하지 말고, 실제 음향과 맥락이 그 해석을 지지하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함.
더 듣고 읽기
섹션 제목: “더 듣고 읽기”- 원문 8장 분석 재생목록
- Lili Boulanger의 Hymne au Soleil 악보에서 선법·집합·다른 기법을 찾아 보고, 작품의 뜻과 연결할 근거가 있는지 검토해 볼 수 있음.
- Richard Cohn, Audacious Euphony(2012); Daniel Harrison, Harmonic Function in Tonal Music(1994); Vincent Persichetti, Twentieth-Century Harmony(1961)
이 글과 관련한 의견은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에서도 나누고 있음. 질문이나 토론이 있으면 갤러리를 방문해 주기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