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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하농 연습곡의 문제점

©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샤를 루이 아농(Charles-Louis Hanon, 1820~1900)의 연습곡은 1900년 무렵부터 널리 가르쳐졌음.

효율적인 연습법이 문서로 정리되지 않았던 빈자리를 기계적인 연습곡이 채움. 1930년대에는 코르토의 《Rational Principles of Pianoforte Technique》가 나오면서 연습곡 열풍이 정점에 이름. 제목은 합리적인 ‘원리’를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은 연습 패턴 모음에 가까움.

교사 사이의 정보 교류가 나아지고 효율적인 연습법이 알려진 뒤에야 테크닉을 얻는 방식도 달라지기 시작함. 그래도 어릴 때 하농으로 배운 습관 때문에 지금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피아니스트가 있음.

저자도 어린 시절 하농과 체르니, 크라머-뷜로 계열 연습곡을 많이 사용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정리함.

1. 60개 연습으로 모든 테크닉을 얻을 수 없음

섹션 제목: “1. 60개 연습으로 모든 테크닉을 얻을 수 없음”

하농은 별다른 근거나 실험 자료 없이 《60개의 연습곡으로 이루어진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라는 주장을 내세움.

60곡을 칠 수 있으면 어떤 곡도 연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테크닉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봄.

실제 음악 한 곡에 필요한 기술만 해도 매우 다양함. 거의 무한한 조합을 60개의 패턴으로 모두 다룰 수는 없음.

하농을 몸풀기용으로 쓸 수 있다는 의견은 있지만, 에튀드와 바흐 작품, 음계와 아르페지오, 무엇보다 자기 레퍼토리가 더 좋은 몸풀기 재료가 됨.

2. 양손을 한 옥타브 간격으로 묶음

섹션 제목: “2. 양손을 한 옥타브 간격으로 묶음”

60곡 대부분은 두 손이 한 옥타브 간격으로 같은 음을 치며, 일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임.

이 구조에서는 잘하는 손이 약한 손보다 앞선 기술을 연습하지 못함.

느리게 치면 어느 손도 충분히 연습되지 않음. 최고 속도에서는 느린 손만 긴장하고 잘하는 손은 편안하게 움직임.

테크닉은 이완한 상태에서 가장 잘 자라므로 약한 손에는 나쁜 습관이 붙고, 강한 손과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음.

약한 손을 키우려면 그 손만 따로 연습하는 편이 좋음. 하농을 배워야 한다면 오히려 한 손씩 나누는 것이 효율적임.

두 손을 묶으면 양손 협응만 익힐 뿐 각 손을 독립적으로 통제하는 법은 배우기 어려움. 실제 음악에서는 대부분 두 손이 서로 다른 내용을 연주함.

하농의 지시에는 지친 손을 바꿔 쉬게 하는 방법이 없음.

성실한 학생이 통증과 피로를 참으며 계속하면 긴장이 쌓이고 나쁜 습관과 부상 위험도 커짐. 이완에 대한 설명도 없음.

피아노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예술이지 손과 귀, 두뇌가 얼마나 고통을 견디는지 시험하는 운동이 아님.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근력 운동의 사고방식을 피아노에 적용하면 안 됨. 테크닉은 손가락 힘이 아니라 여러 기술의 집합임. 힘을 키우는 데 몰두하면 손가락이 오히려 느려질 수 있음.

하농 같은 패턴을 만드는 데 특별한 음악적 창의성은 필요하지 않음.

피아노의 즐거움은 위대한 작곡가와 작품을 통해 직접 대화하는 데 있음. 테크닉과 음악을 따로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이 경험을 없앰.

하농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비롯한 작품에서 많은 재료를 가져왔음. 그러나 음악을 빼고 패턴만 남기는 과정에서 바흐 작품에 들어 있던 테크닉의 가르침도 대부분 사라짐.

바흐 작품은 손과 두뇌를 함께 기르지만, 하농 패턴은 음악 없는 동작만 반복하게 만들 수 있음.

5. 차가운 상태에서 연주하는 능력을 막음

섹션 제목: “5. 차가운 상태에서 연주하는 능력을 막음”

하농을 몸풀기로 반복하면 반드시 먼저 손을 풀어야 연주할 수 있다는 습관이 생김.

손이 차가운 시간은 보통 연습 시작 뒤 10~20분 정도임. 하농으로 그 시간을 모두 써 버리면 몸풀기 없이 연주하는 능력을 연습할 기회를 잃음.

하농이 손가락을 날아다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대로 된 연습을 시작하면 어떤 곡으로도 비슷하게 몸이 풀림.

모차르트 같은 천재만 앉자마자 바로 칠 수 있다고 믿을 필요가 없음. 필요할 때 즉시 연주하고 싶다면 몸풀기 없이 치는 연습을 따로 해야 함.

6. 실제 음악에 쓸 시간을 빼앗음

섹션 제목: “6. 실제 음악에 쓸 시간을 빼앗음”

하농을 칠 시간에 모차르트와 바흐, 쇼팽 같은 실제 음악을 연습하면 테크닉을 배우면서 공연할 레퍼토리도 쌓을 수 있음.

음악과 테크닉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데 음악 없는 패턴에 시간을 먼저 배정할 이유가 적음.

7. 막힌 패시지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음

섹션 제목: “7. 막힌 패시지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음”

하농은 어려운 부분에서 왜 막혔는지 진단하거나 어떻게 동작을 바꿀지 알려 주지 않음.

병렬 세트는 약점을 찾는 검사이면서 여러 문제에 바로 적용할 해결책도 제공함.

하농에 나오는 조언도 효율적인 테크닉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음.

손가락을 높이 들면 긴장이 생기고 속도는 느려짐.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빠른 연주에서 손가락을 높이 들어 내리찍는 모습은 보기 어려움.

피아노 테크닉을 맨손체조처럼 보고 두 손을 계속 묶어 연습하게 함. 한 손 연습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함.

한번 얻은 기술을 매일 처음부터 다시 배울 필요는 없음. 60곡을 모두 제 속도로 익힌 뒤에도 계속 반복한다면 새로 얻는 것이 거의 없음.

엄지 아래로 넣기만 알고 있으며, 빠른 패시지에서 더 중요한 TO는 다루지 않음.

일부 상황에서는 맞지만 모든 연습에 적용할 수 없음. ‘안정된 손’과 손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구분하지 못함.

중요한 손동작을 대부분 다루지 않음

섹션 제목: “중요한 손동작을 대부분 다루지 않음”

반복을 위한 몇 가지 손목 연습은 있지만, 여러 핵심 손동작을 가르치지 않음. 두 손을 같은 패턴에 묶어 놓아 동작을 자유롭게 시험하기도 어려움.

8. 병렬 세트 수준의 속도를 연습할 수 없음

섹션 제목: “8. 병렬 세트 수준의 속도를 연습할 수 없음”

하농의 패턴으로는 병렬 세트에서 가능한 속도까지 올라가기 어려움.

필요한 속도보다 여유 있게 빠른 동작을 확보하는 ‘오버 테크닉’을 만들 수 없고, 공연에서 쓸 안전 여유도 줄어듦.

하루 두 시간을 연습하는 사람이 하농의 권장대로 한 시간을 쓴다면 피아노에 쓸 수 있는 시간의 절반을 패턴 반복에 소비함.

효율적인 지도법을 모르는 교사는 학생이 하농을 반복하다 우연히 테크닉을 발견하기를 기대할 수 있음. 며칠이면 가르칠 동작을 학생이 혼자 찾는 데 몇 년이 걸리거나 끝내 찾지 못할 수도 있음.

리스트는 TO를 발견하는 데 약 2년이 걸렸지만 오늘날에는 일주일 안에도 원리를 가르칠 수 있음.

하농으로 배운 학생이 다시 교사가 되어 다음 세대에도 같은 연습을 시키는 순환이 이어졌음. 테크닉 습득이 오랫동안 신비처럼 남은 이유 가운데 하나임.

정보와 기록이 충분해지면서 피아노 교육은 100년 넘게 이어진 비효율적인 믿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됨.

음악가가 배워야 할 기술은 매우 많음. 같은 패턴을 끝없이 반복할 시간은 없음.

손가락을 강하게 만든다는 목적으로 하농을 날마다 반복하기보다, 실제 음악에서 필요한 문제를 찾아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레퍼토리를 함께 쌓는 편이 나음.

© 2016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hip, Chuan C. Chang, is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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