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기억 메커니즘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섹션 제목: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기억에는 저장(Storage)과 불러오기(Recall)라는 두 기능이 있음.
여기서는 모든 경험이 먼저 임시 기억에 들어간 뒤 약 5분에 걸쳐 영구 기억으로 옮겨지고, 사실상 평생 보관된다고 봄. 거의 모든 것을 무기한 기억하는 서번트의 사례를 기억이 영구적이라는 근거로 듦.
약 5분이라는 시간은 머리를 다친 사람의 기록에서도 찾음. 사고 직전 몇 분 동안의 기억을 잃는 사례가 많기 때문임.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고의 생존자 트레버 리스존스가 사고 순간과 그 직전 몇 분을 기억하지 못한 일도 예로 듦.
저자는 정보가 뇌의 한 주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홀로그램처럼 퍼진 ‘메모리 필드’에 저장된다는 가설을 세움. 컴퓨터는 기억마다 주소가 있어 그 주소로 자료를 꺼내지만, 뇌의 기억에는 그런 주소가 없음.
불러오기
섹션 제목: “불러오기”정보를 저장하는 일은 자동으로 일어나므로 큰 문제가 아님. 어려운 일은 필요한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임.
저자는 불러오기를 연상 작용으로 설명함. 서로 관련된 두 기억을 저장하면 메모리 필드가 겹치고, 관계가 가까울수록 겹치는 부분이 커져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고 봄.
시간이 흐르면 겹치는 기억이 많아짐. 뇌가 그중 잘못된 연결을 고를 가능성도 커져 혼란이 생김. 이 관점에서는 망각이 기억의 소실이라기보다 필요한 기억 대신 엉뚱한 길을 고른 결과임.
황당하거나 우습거나 익숙한 것처럼 뇌의 관심을 끄는 대상과 연결하면 기억을 쉽게 꺼낼 수 있음.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가장 흔히 쓰는 방법임.
뇌는 기억을 다시 가공함
섹션 제목: “뇌는 기억을 다시 가공함”메모리 필드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뇌가 계속 바꿈. 대표적인 변화가 추상 개념을 만드는 일임.
현실에는 ‘비행기’라는 하나의 물체가 없음. 종이비행기부터 대형 점보제트까지 서로 다른 대상을 뇌가 ‘비행기’라는 개념으로 묶음. 이렇게 만든 추상 개념은 서로 다른 대상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사고와 언어를 가능하게 함.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으로 들어오는 원자료는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처럼 정보량이 너무 많음. 뇌는 이를 다루기 쉬운 추상 개념으로 단순화함. 따라서 사람의 기억은 자료를 그대로 쌓는 컴퓨터 디스크가 아니라, 들어온 정보를 적극적으로 가공하는 처리 장치임. 서번트가 원자료까지 기억하는 사례를 보면 원래 정보도 뇌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추정함.
연상과 음악 이론
섹션 제목: “연상과 음악 이론”저자는 메모리 필드가 겹쳐 기억을 불러오는 과정을 양자역학의 파동함수 중첩에 비유함. 전자와 광자의 파동함수가 겹칠 때 광자 방출 확률이 정해지는 것처럼 자연의 기본 과정과 닮았다고 봄. 전자가 원자핵을 돌고 행성이 태양을 돌며 별이 은하의 블랙홀을 도는 모습, 피아노 줄과 우주의 끈 이론도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는 예로 듦.
기억이 연상에 기대어 작동한다는 점은 분명함. 음악가에게 무작위 음표 한 쪽을 외우라고 하면 매우 어려워함. 연결할 멜로디와 리듬이 없기 때문임. 반면 익숙한 멜로디·리듬·화성이 있는 소나타 20쪽은 훨씬 빨리 외울 수 있음.
음악 이론은 음악을 외우는 가장 좋은 방법임. 곡을 이미 아는 이론 구조와 연결하면 곧바로 기억의 틀이 생김. 다만 이론 지식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같은 효과를 내기 어려움.
기억 알고리즘
섹션 제목: “기억 알고리즘”전화번호 수백 개를 외우는 사람은 외울 내용을 이미 기억 속에 있는 규칙과 연결함. 사람마다 알고리즘은 다르지만 연결을 만든다는 원리는 같음.
숫자마다 소리를 붙여 새로운 언어처럼 문장을 만드는 방법이 한 예임. 일본어에서는 √2의 1.41421356을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은 볼 만하다’와 비슷하게 읽어 외우는 말장난을 씀. √3과 √5에도 이런 문장이 있음. 저자는 60년 전에 배운 문장을 아직 기억한다고 밝힘.
다음 14자리 숫자를 예로 들어 보겠음.
53031791389634
그대로 외우는 대신 ‘오전 5시 30분에 세 형제와 할머니 한 분과 일어났음. 형제는 7살, 9살, 13살이고 할머니는 89살이며 오후 6시 34분에 잠자리에 들었음’이라는 이야기로 바꿈.
문장은 숫자보다 훨씬 길지만 익숙한 생활 장면과 연결되어 있어 기억하기 쉬움. 숫자와 이야기를 각각 외운 뒤 24시간 후 적어 보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음.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도 이런 알고리즘을 다듬고 매일 연습하며 능력을 키움. 피아니스트의 연습과 다르지 않음. 다만 그 일을 즐기므로 힘든 훈련도 힘들게 느끼지 않을 뿐임.
많이 외울수록 쉬워짐
섹션 제목: “많이 외울수록 쉬워짐”관련된 연결이 많을수록 기억을 꺼내는 길도 많아짐. 외운 항목이 늘어나면 서로 교차해 연결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연상도 빠르게 늘어남.
이 점에서 사람의 기억은 컴퓨터와 거의 반대로 작동함. 더 많이 외울수록 새 내용을 연결할 재료가 많아져 오히려 외우기 쉬워짐. 새로운 연결 하나가 여러 개의 불러오기 경로를 열어 줌. 기억도 계속 훈련하면 강해짐.
기억과 의식
섹션 제목: “기억과 의식”기억은 의식의 중요한 구성 요소임. 의식을 ‘입력 → 기억 → 결론 → 행동 → 새로운 입력’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뇌의 고리로 설명할 수 있음.
갓난아기는 기억 속 항목이 적어 연결을 만들기 어려움. 처음에는 필요를 알리는 소리 외에 복잡한 사고나 의사소통을 하지 못함. 몇 년이 지나 기억과 연결이 늘어나면 언어를 배우고 생각하기 시작함.
이 시기에는 뇌가 빠르게 자라므로 매우 빨리 배우지만 그만큼 빨리 잊기도 함. 연결이 부족해 기억에 어려움을 보인다고 해서 복잡한 개념을 이해할 능력까지 낮은 것은 아님.
십 대까지 기억을 유지하면 축삭 주위에 미엘린초가 형성되기 시작해 기억을 오래 고정한다고 설명함. 그래서 스무 살 전에 외워 계속 유지한 레퍼토리는 좀처럼 잊지 않는다고 봄.
아주 어린아이도 음악을 감상하고 외울 수 있음. 피아니스트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베토벤 소나타 몇 곡 정도를 어렵지 않게 기억함. 정보량으로 따지면 소나타 한 곡이 전화번호 천 개가 넘는 분량에 해당하며, 피아니스트 대부분이 전화번호부 열 쪽이 넘는 양을 외우는 셈임.
연주회 피아니스트의 암보 능력도 이른바 천재 암기자의 능력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음. 올바른 기억법을 배우면 누구나 놀라운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음.
© 2016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hip, Chuan C. Chang, is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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