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프시코드의 구조와 음향적 특징
18세기 피아노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약 200년간, 하프시코드는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건반 악기였음. 그 구조는 현을 ‘뜯어’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피아노와 근본적인 차이를 가짐. 이 기계적 원리는 하프시코드 특유의 음향과 연주법을 결정지었음.
건반을 누르면, 그 반대편 끝에 수직으로 세워진 나무 조각인 ‘잭(jack)‘이 위로 올라감. 이 잭의 측면에는 ‘플렉트럼(plectrum)‘이라 불리는 작은 조각이 돌출되어 있는데, 이것이 현을 스치며 퉁기는 것임. 플렉트럼의 재료로는 새의 깃대(quill)나 단단한 가죽이 주로 사용되었음. 잭이 다시 내려올 때는 축을 중심으로 살짝 뒤로 젖혀지도록 설계되어, 플렉트럼이 현에 다시 부딪히지 않고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옴.
이 ‘발현(plucking)’ 방식의 가장 큰 음향적 결과는, 건반을 누르는 힘과 관계없이 소리의 크기가 거의 일정하다는 점임. 즉, 피아노처럼 연주자의 터치로 셈여림(dynamics)을 조절하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했음. 이는 하프시코드 음악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이어짐.
음량의 변화를 주기 위해, 제작자들은 여러 장치를 고안했음. 고급 악기들은 보통 2개의 건반(manual)을 가졌고, 각각의 건반은 음색이나 옥타브가 다른 현의 세트(레지스터 또는 stop)에 연결됨. 연주자는 레버나 스톱 장치를 이용해 이 현의 조합을 바꾸거나 합쳐서 소리에 변화를 주었음. 예를 들어, 8피트(8’) 스톱(기보된 음과 같은 높이)에 4피트(4’) 스톱(한 옥타브 위)을 더해 소리를 더 밝고 풍성하게 만드는 식임. 이러한 음량의 전환은 점진적이지 않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기에, 이를 ‘계단식 다이내믹(terraced dynamics)‘이라 부름.
하프시코드의 소리는 매우 밝고 명료하며, 각 음이 분명하게 분리되는 특성을 지님. 하지만 피아노에 비해 음의 지속 시간(sustain)이 짧아 소리가 빨리 사라짐. 이 때문에 작곡가들은 트릴이나 모르덴트 같은 장식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음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했음.
이러한 특성 덕분에 하프시코드는 바로크 시대에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 첫째는 독주 악기로서,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나 J.S. 바흐의 파르티타처럼 화려하고 기교적인 작품들을 통해 그 매력을 뽐냈음. 둘째는 합주에서의 ‘지속저음(basso continuo)’ 악기로서, 첼로나 비올라 다 감바와 함께 앙상블의 화성적 기둥을 세우고 리듬을 이끄는 필수적인 존재였음.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Sonata in D major, K. 380
하프시코드의 맑고 기교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독주곡
연주 : 카밀 토카르스키(Kamil Tokar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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