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러시아 5인조’와 동시대에 활동했지만,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작곡가임.
차이콥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안톤 루빈시테인에게 체계적인 서유럽식 음악 교육을 받은 최초의 러시아 작곡가 세대임. 민족주의적 이상보다는, 러시아만의 서정적 선율과 서유럽 낭만주의의 세련된 작곡 기법을 결합하는 양식을 추구했음. 이 때문에 ‘5인조’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차이콥스키는 ‘러시아적’이지 않고 독일 학풍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음.
차이콥스키의 창작에서 피아노 독주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교향곡이나 발레 음악만큼 크지는 않음. 그의 피아노 작품 대부분은 가정의 살롱에서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정적인 캐릭터 피스임.
-선율 중심의 작법
그의 가장 큰 장점인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 작곡 능력이 피아노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됨. 음악은 대부분 노래하는 듯한 주선율과 화성적 반주의 명료한 호모포니 구조를 취함.
- 세련된 감각
그의 피아노곡들은 테크닉을 충분히 담으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음. 멜랑콜리한 분위기와 살롱풍의 세련된 감각이 결합된 독특한 매력을 지님.
대표 작품
사계 (The Seasons), Op.37a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음악 중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은 1876년에 작곡된 12개의 캐릭터 피스모음곡 임. 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음악 잡지 ‘누벨리스트(Nuvellist)’로부터 매달 그 달에 어울리는 피아노곡을 하나씩 연재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쓰인 것임.
Nuvellist: Musical-Theatrical Gazette
출판 시 각 곡의 악보에는 러시아 시인들의 시구가 함께 인쇄되어, 음악의 시적인 분위기를 암시했음. 1월 ‘벽난로가에서’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주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자연과 생활 풍경을 월별로 그려낸 일종의 ‘음악 달력’임.
주요 곡은 낭만적인 뱃노래인 6월 ‘뱃노래(Barcarolle)’, 러시아 농촌의 가을 풍경을 담은 듯한 애수 어린 10월 ‘가을의 노래(Autumn Song)’, 그리고 눈길 위를 달리는 마차의 경쾌한 모습을 그린 11월 ‘트로이카(Troika)’ 등이 특히 유명함. 이 작품은 멘델스존의 처럼, 표제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캐릭터 피스의 전통을 잇고 있음.
피아노 협주곡 1번 B♭단조, Op.23
그의 가장 유명한 피아노 작품은 독주곡이 아닌 협주곡 1번임. 이 작품은 화려한 기교를 중시하는 서유럽의 기교적 협주곡 전통과 러시아적인 장대함, 그리고 민속적인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작품임. 장엄한 호른의 서주에 이어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현악 선율과 피아노의 강력한 화음으로 이루어진 도입부는 클래식 음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임. (단, 이 유명한 주제는 도입부에서만 사용되고 이후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음.) 1악장의 제2주제와 3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민요 선율이 사용되는 등 민족적인 색채도 가미되어 있음.
차이콥스키 - 사계, Op.37a 중 6월 ‘뱃노래’
피아노 : 브루스 리우
이 글에 관련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에도 게시하고 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은 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