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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음렬의 성질

Open Music Theory 한글판 ·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12음 음렬에서는 열두 음류가 한 번씩 나오는 것만으로는 서로 다른 음렬의 개성을 설명하기 어려움. 작곡가는 인접 음정, 반복되는 작은 집합류, 두 헥사코드의 관계, 대칭 같은 성질을 보고 음렬을 골랐음. 여기서는 음렬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지 않고 그 안의 작은 구획을 겹쳐 보거나 나누어 보는 방법을 다룸.

겹치는 구획은 음렬의 각 자리에서 시작해 이웃 음을 차례로 보는 방식임. 두 음씩 보면 1–2번째, 2–3번째, 3–4번째처럼 한 음이 겹치며 이어짐. 이 방식으로 음렬의 인접 음정 내용을 알 수 있음.

모든 표준 12음 음렬에는 열두 음류가 한 번씩 들어가지만, 인접 음정 11종을 모두 한 번씩 갖는 음렬은 일부뿐임. 이런 음렬을 전음정 음렬(all-interval row)이라고 함. 서로 다른 전음정 음렬은 1,928개가 있음.

전음정 음렬에서는 가운데를 사이에 둔 음쌍마다 트라이톤이 생김. 1·12번째, 2·11번째, 3·10번째, 4·9번째, 5·8번째, 6·7번째가 모두 트라이톤 관계임. Luigi Nono의 Il Canto Sospeso에 나온 전음정 음렬은 A에서 시작해 D♯에서 끝나며, 음류로 쓰면

9,10,8,11,7,0,6,1,5,2,4,3\langle9,10,8,11,7,0,6,1,5,2,4,3\rangle

임. Nicolas Slonimsky에게 귀속되는 ‘할머니 화음(Grandmother chord)’을 선율로 편 배열이기도 함. 반음 위, 온음 아래, 단3도 위, 장3도 아래처럼 홀수 음정은 점점 커지고 짝수 음정은 점점 작아지도록 교대하면 이 순서가 나옴. 결과는 서로 얽힌 두 반음계 선율, 곧 색채적 쐐기(wedge)로도 보임. 이 쐐기는 Bach BWV 548의 푸가나 쇼스타코비치 24개의 전주곡과 푸가 Op.87 15번처럼 조성음악의 푸가 주제에도 선례가 있음.

분리 구획은 겹치지 않게 음렬을 잘라 보는 방식임. 12음 음렬은 여섯 개의 2음군, 네 개의 3음군, 세 개의 4음군, 두 개의 6음군으로 나눌 수 있음. 12라는 수가 갖는 약수 덕분에 가능한 구획임.

일부 음렬주의 작곡가는 같은 집합류가 여러 번 나오는 음렬에 관심을 가졌음. Webern의 현악4중주 Op.28 음렬은 분리한 세 개의 4음군이 모두 반음계적 4음 집합류 ((0123))이고, 2음군도 모두 반음임. 음렬 전체가 사실상 하나의 음류 집합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므로 이런 음렬을 파생 음렬(derived row)이라고 부름.

파생 음렬이라는 말에는 더 좁은 뜻도 있음. 새 음렬이 기존 음렬의 부분구획 하나에서 직접 파생된 경우를 가리키기도 함. 예를 들어 다른 음렬 안에 ((0123))이 있었다면 그 4음군을 바탕으로 Webern식 음렬을 만들 수 있음.

이조·전위·역행을 해도 집합류 자체는 바뀌지 않음. 그래서 파생 음렬을 쓰면 서로 다른 음렬형이 지나가도 같은 집합류가 계속 돌아와 작품의 통일감을 만들 수 있음. 계산상의 공통점이 실제 청감의 반복으로 이어짐.

불변성(invariance)은 음악의 다른 부분이 바뀌어도 어떤 성질은 그대로 남는 일을 말함. 음정열·리듬·다이내믹·음고 등 무엇이든 불변할 수 있음. 12음 이론에서는 음정 불변성과 음류 구획 불변성을 주로 봄.

이조하면 음렬의 순서 있는 음정열은 보존됨. 역행전위에서는 음정열이 거꾸로 보존됨. 이보다 드문 구획 불변성은 음렬을 변형했는데도 어떤 음류 구획이 실제 음고까지 같은 상태로 남는 경우임.

Webern Op.28의 (P_0)과 (P_4)을 비교하면, (P_0)의 첫 4음군은 (P_4)의 마지막 4음군과 같고, 가운데 4음군은 (P_4)의 첫 4음군과 같으며, 마지막 4음군은 (P_4)의 가운데 4음군과 같음. 이 4음군들은 집합류만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 음류도 같음. 구획끼리 (T_8) 관계에 있으므로, 음렬 전체를 그 관계와 맞물리는 간격으로 이조할 때 같은 구획이 자리를 옮겨도 살아남음.

구획 불변성을 찾는 절차는 간단함.

  1. 음렬 안에서 같은 집합류의 2·3·4음군 등을 찾음.
  2. 그 구획들이 이조 또는 전위로 어떤 관계인지 계산함.
  3. 음렬 전체에 똑같은 이조 또는 전위를 적용했을 때, 어느 구획이 실제 같은 음류로 남는지 확인함.

음렬 앞 여섯 음과 뒤 여섯 음, 두 헥사코드(hexachord)는 작곡가와 이론가가 특히 많이 살핀 구획임. 표준 12음 음렬에서는 (P_0) 앞 헥사코드와 뒤 헥사코드가 서로 보완하여 완전반음계 전체를 이룸. (R_0)의 앞 헥사코드는 정의상 (P_0)의 뒤 헥사코드와 같으므로, (P_0)과 (R_0)의 앞 헥사코드를 합쳐도 열두 음류가 모두 나옴.

이 관계는 모든 (P)–(R), (I)–(RI) 쌍에 정의상 들어 있음. 하지만 다른 변형 관계의 두 음렬에서도 앞 헥사코드 둘이 완전반음계를 만들면 헥사코드 조합성(hexachordal combinatoriality)이라고 따로 중요하게 봄.

  • 반조합성(semi-combinatorial): 이조 (P)–(P), 전위 (P)–(I), 역행전위 (P)–(RI) 가운데 한 종류의 변형 관계에서 조합성이 생김.
  • 전조합성(all-combinatorial): 세 종류의 변형 관계 모두에서 조합성이 생김. 자기 변형과의 관계까지 충족하는 서로 다른 음렬은 여섯 개뿐이며, Webern 교향곡의 음렬이 그 예임.

집합류 ((014589))은 ‘매직 헥사코드’로 불리며 6음음계집합·6음 집합류·나폴레옹에게 바치는 송가 헥사코드라는 이름도 있음.

  • (\pm2), 6반음 이조로 쉽게 전조합성 음렬을 만듦. 홀수 반음 어느 간격으로든 이조 조합성이 생기는 온음음계집합 ((02468t))만이 이보다 더 많은 이조 관계를 가짐.
  • 앞 글의 (1:3) 거리 모형, 곧 6음음계집합과 연결됨.
  • 안에 많은 3화음이 들어 있으며 신리만 이론에서 말하는 6음음계 순환의 음을 모두 품음.
  • 5음 부분집합은 ((01458)) 하나뿐이고, 7음 상위집합도 그 보완집합 ((0124589)) 하나뿐임.
  • Webern Konzert, Schoenberg Ode to Napoleon, Maderna와 Nono의 작품 등에서 쓰임.

엄격한 정의대로라면 12음 음악은 고정된 한 음렬을 단순한 이조·전위형으로 계속 써야 함. 실제로 ‘음렬적’이라고 부르는 음악 가운데 상당수는 이보다 느슨하게 움직임. 부분순서 집합(partially ordered set)은 열두 음 전체의 순서를 고정하는 대신, 4음군 같은 부분구획의 내용만 고정하고 그 안의 순서는 바꾸는 방법임.

Webern Op.28의 음렬에서 각 2음군을 거꾸로 뒤집으면, 2음군·4음군의 내용은 유지되지만 구획 안의 순서는 달라진 새 음렬이 됨. Milton Babbitt가 나중에 체계화한 이런 발상은 엄격한 고정 순서에서 벗어나지만, 완전반음계를 계속 돌린다는 점에서는 음렬적 사고와 이어짐. 화음처럼 여러 음을 동시에 내는 순간에도 단순한 한 줄 순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므로, 부분순서로 생각하는 일은 실제로 매우 흔함.

부분구획을 고정해도 가능한 순서는 여전히 많음.

고정한 구획가능한 내부 순서
없음(12!=479{,}001{,}600)
헥사코드 두 개(6!\times6!=518{,}400)
4음군 세 개(4!^3=13{,}824)
3음군 네 개(3!^4=1{,}296)
2음군 여섯 개(2!^6=64)

따라서 ‘같은 구획을 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두 음렬이 음악적으로 강한 관계라고 단정하기는 약함. 음 순서가 달라질 때 음정 내용도 달라지므로, 작곡가가 그 성질을 실제로 어떻게 썼는지 살펴야 함.

  • 대칭 음정 진행: 음류 자체를 대칭으로 배열하면 음 반복 없이 열두 음을 채우기 어렵지만, 인접 음정의 순서는 대칭으로 만들 수 있음.
  • 순환 음렬(cyclic series): George Perle의 말. 한 음을 건너뛴 두 음 사이의 음정, 곧 1–3번째와 2–4번째 사이의 음정 등이 모두 같은 음렬임.
  • 열두 음보다 짧거나 긴 음렬: Ruth Crawford Seeger는 9음·10음 음렬, Elizabeth Lutyens는 11음·15음 음렬도 썼음. 열두 음보다 긴 음렬에서는 음이 되풀이되지만, 순서를 조직하는 작곡 원리 자체는 같을 수 있음.
작품음렬
Ruth Crawford Seeger, Diaphonic Suite No. 17–9–8–11–0–5–1–7 (9음)
Ruth Crawford Seeger, 현악4중주2–4–5–3–6–9–8–7–1–0 (10음)
Elizabeth Lutyens, Requiescat In Memoriam Igor Stravinsky6–8–4–2–11–0–3–1–5–7–10 (11음)
Elizabeth Lutyens, Chamber Concerto Op.8-1, 1악장3–2–5–6–11–0–7–1–9–10–2–6–8–5–4 (15음)

Twelve-Tone Anthology에서 파생 음렬 하나를 골라 전체를 악보로 적고, 반복되는 2·3·4음 구획 위에 슬러를 표시해 보기. 그 구획들을 따로 화음으로도 적으면 음렬의 통일감이 실제로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하기 좋음.

원문: Row Properties
전음정 음렬, 파생 음렬, 불변성, 헥사코드 조합성과 부분순서를 다루는 Open Music Theory 원문.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row-proper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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