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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선법 스키마

Open Music Theory 한글판 ·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장조와 단조만으로는 설명이 매끄럽지 않은 화음진행이 대중음악에는 많음. 그럴 때 선법을 곡 전체에 붙이는 딱지로 생각하면 오히려 분석이 꼬임. 이 글에서는 장조·자연단음계에서 한 음을 바꿔 생기는 특징음과, 그 음이 만드는 반복 화음진행을 함께 봄. 한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선법에 머물지 않아도, 짧은 선법적 스키마는 충분히 들릴 수 있음.

  • 장3도를 으뜸 위에 두는 장조·믹솔리디안·리디안, 단3도를 두는 자연단음계·에올리안·도리안을 먼저 가름.

  • 믹솔리디안의 ♭VII, 에올리안의 ♭VII·♭VI, 도리안의 장 IV, 리디안의 장 II♯가 만드는 대표 스키마를 다룸.

  • 선법을 귀로 판별할 때는 으뜸화음의 3도, 7도, 그리고 올린 4도·6도를 차례로 들으면 됨.

‘선법’이라는 말은 시대와 분야에 따라 뜻이 아주 넓음. Grove Music Online의 mode 항목도 아홉 명이 쓴 238쪽 분량임. 이 글은 대중음악·록에서 특정 화음진행이 잠시 빌려 오는 선법적 어휘만 다룸. Nicole Biamonte와 Philip Tagg의 연구를 바탕으로, 장조·자연단음계의 화성 기능과 나란히 놓고 살펴보는 방식임.

먼저 으뜸화음의 3도를 들으면 범위가 반으로 줄어듦. 장3도 가 들리면 장조·믹솔리디안·리디안 쪽이고, 단3도 가 들리면 자연단음계·에올리안·도리안 쪽임. 각 선법이 장조 또는 자연단음계와 갈라지는 자리에는 특징음이 하나씩 있음. 아래 표에서 올림·내림된 음이 바로 그 특징음임.

으뜸화음기본 음계와 비교할 특징음선법
장3도없음장조
장3도♭7̂믹솔리디안
장3도♯4̂리디안
단3도없음자연단음계
단3도♭6̂·♭7̂에올리안
단3도♮6̂도리안

조성화음에서도 으뜸·버금딸림·딸림 기능을 배웠을 것임. 선법화음도 그 뼈대는 대체로 같지만, 특징음이 들어오면서 같은 기능을 맡는 화음의 종류가 훨씬 넓어짐. 그래서 ♭VII이나 II♯가 익숙한 딸림화음과 달라도 진행의 방향감은 유지될 수 있음. Vincent Persichetti는 이런 특징음을 ‘characteristic note’라고 불렀음.

조성화음과 선법화음에서 으뜸·버금딸림·딸림 기능에 놓일 수 있는 화음들을 비교한 두 개의 보표

예시 1. 특징음이 바뀌어도 으뜸·버금딸림·딸림 기능의 흐름은 남음.

믹솔리디안은 장조의 7도를 반음 낮춘 선법임.

[ \downarrow\hat{7} ]

장조 느낌의 대중음악에서 ♭VII는 이 선법에서 빌려 온 화음으로 볼 수 있음. ♭VII는 흔히 딸림 기능에 가까이 움직이며, V 대신 종지 쪽을 밀어 주기도 함.

장조와 믹솔리디안의 음계 및 ♭VII를 포함한 더블 플라갈과 믹솔리디안 종지를 비교한 악보

블루스계 화성 스키마에서 본 ♭VII–IV–I는 장 으뜸과 (♭7̂)가 함께 들리므로 믹솔리디안 스키마이기도 함. IV–I의 플라갈 종지 앞에 ♭VII를 한 번 더 놓은 모양이라 더블 플라갈이라 부름.

믹솔리디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왕복은 ♭VII–I, 또는 거꾸로 I–♭VII임. C장조의 음을 쓰면 B♭–C가 됨. Kinks의 〈Tired of Waiting for You〉(1965)는 도입과 첫 벌스에서 I와 ♭VII를 계속 오가고, 선율은 장식음이면서 도착점인 를 강조함.

Kinks의 Tired of Waiting for You 도입부와 벌스 일부를 적은 악보. I와 ♭VII 사이의 왕복 및 ♭7 선율이 보임

예시 2. 〈Tired of Waiting for You〉. 0:07부터의 전사임.

에올리안은 자연단음계와 같은 음계이고, ♭6̂·♭7̂가 특징음으로 두드러짐. 이 장에서 필요한 네 진행을 먼저 모아 두면 다음과 같음.

이름화음진행쓰임
서브토닉 셔틀i–♭VII단 으뜸에서 ♭VII과 왕복
에올리안 셔틀i–♭VII–♭VI–♭VIIi와 ♭VI를 중심으로 도는 반복
에올리안 종지♭VI–♭VII–i 또는 I으뜸으로 향하는 종지
라멘트i–♭VII–♭VI–v내림선율을 품은 단조 진행
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도입부와 코러스 일부를 적은 악보

예시 3. Gotye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도입·벌스는 서브토닉 셔틀, 코러스는 에올리안 셔틀을 씀. 각각 0:04와 1:32부터의 전사임.

서브토닉 셔틀과 에올리안 셔틀

섹션 제목: “서브토닉 셔틀과 에올리안 셔틀”

서브토닉 셔틀은 믹솔리디안에도 나오지만, 으뜸화음이 장화음이면 믹솔리디안이고 단화음이면 에올리안임. C단조라면 B♭–Cm, 곧 ♭VII–i가 됨. 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2011) 도입과 벌스가 이 경우임.

에올리안 셔틀 i–♭VII–♭VI–♭VII은 i와 ♭VI 사이를 왕복하는 진행으로 들림. 그 사이에 ♭VII가 경과화음처럼 끼어듦. 이 곡의 코러스가 그 움직임을 뚜렷하게 들려줌.

셔틀은 계속 순환하므로 으뜸에 도달했다는 감각을 만들기 어려움. 반면 ♭VI–♭VII–i는 으뜸으로 나아가고 보통 반복하지 않으므로 종지로 들림. 마지막 i를 장 I로 바꿔 ♭VI–♭VII–I로 끝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피카르디 3도라 함.

Howard Shore의 〈반지의 제왕〉 동료 테마는 0:27부터의 악절 끝에서 이 종지를 피카르디 3도와 함께 씀. 그래서 승리나 영웅적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고,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스테이지 종료 팡파르 때문에 ‘마리오 종지’라고도 부름. 〈Final Fantasy〉 같은 게임음악에서도 같은 팡파르적 쓰임을 들을 수 있음.

Howard Shore의 Fellowship Theme 악절 끝에서 ♭VI–♭VII–I로 종지하는 부분을 적은 악보

예시 4. 동료 테마의 에올리안 종지. 0:27부터의 전사임.

라멘트 i–♭VII–♭VI–v는 ♭VII와 단 v를 쓰는 하행 진행임. Eva Simons의 〈I Don’t Like You〉가 이 모습을 들려줌.

Eva Simons의 I Don't Like You에서 i–♭VII–♭VI–v 라멘트 진행을 적은 악보

예시 5. 〈I Don’t Like You〉의 라멘트 스키마.

도리안은 자연단음계의 ♭6̂ 대신 ♮6̂을 씀. 그래서 단조에서 보통 단화음인 IV와 ii가 장 IV·단 ii로 바뀜.

[ \hat{6}\quad\text{(자연단음계의 }\flat\hat{6}\text{ 대신)} ]

자연단음계와 도리안의 6도 차이 및 그에 따른 IV와 ii의 화음 성질 차이를 비교한 악보

도리안 셔틀의 핵심은 단 i와 장 IV의 왕복임. i7까지 위로 뻗어 확장하기도 함. 이 진행은 펑크·디스코와 그 뒤 장르에서 특히 흔해서, 익숙하지 않으면 장 IV–단 i를 ii–V처럼 오해하기 쉬움. CHIC의 〈Dance, Dance, Dance〉(1979)와 Daft Punk의 〈Get Lucky〉(2013)를 함께 들으면, 앞의 ‘ii’가 사실은 i로 귀에 자리 잡음.

Daft Punk의 Get Lucky에서 네 마디마다 IV–i로 B단조를 강조하는 부분을 적은 악보

예시 6. 〈Get Lucky〉는 B도리안이고, 화살표 자리에 IV–i가 나와 B단조를 으뜸으로 굳힘.

리디안은 장조의 4도를 반음 올린 선법임. ♯4̂가 들어가면 II가 장화음이 됨. 다만 그 II♯가 V로 가면 고전음악의 부속딸림화음 V/V로 읽는 편이 맞음. 대중음악에서는 II♯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일이 많아서, 그때는 리디안의 특징화음 II♯로 적어야 함.

[ \uparrow\hat{4} ]

장조와 리디안의 4도 차이 및 리디안에서 장 II가 되는 모습을 비교한 악보

리디안으로 곡 전체가 가는 대중음악은 드묾. 장조 곡 안에서 보통의 단 ii 자리에 장 II♯가 잠깐 들어와 리디안 빛깔만 남기는 경우가 더 많음. II♯는 버금딸림 기능도, 딸림 기능도 맡을 수 있음.

가장 단순한 리디안 셔틀은 I–II♯ 왕복임. Fleetwood Mac의 〈Sara〉(1979) 첫머리에서는 이 왕복이 Ima7과 으뜸 지속음까지 품음. 그러나 뒤에서 두왑 스키마가 나오며 II♯를 장조 안으로 되돌려 놓음. 따라서 첫 화음 둘만 보고 곡 전체를 리디안이라고 단정하면 안 됨.

Taylor Swift의 〈Starlight〉(2012) 벌스도 A장화음과 B장화음을 오가지만, 0:56부터의 코러스에서 두왑 스키마가 확인되므로 E장조의 IV–V임. 리디안 셔틀이 아님. 온음으로 나란히 놓인 두 장화음만 보고 선법을 정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임.

리디안 종지는 II♯–IV–I임. CeeLo Green의 〈Forget You〉는 이 진행을 곡 전체에서 반복하고, 뒤 배경성부가 ♯4̂–5̂ 반음계 선율을 계속 들려줌.

[ \uparrow\hat{4}\text{–}\hat{5} ]

CeeLo Green의 Forget You에서 II♯–IV–I 리디안 종지와 배경성부의 ♯4–5 선율을 적은 악보

예시 7. 〈Forget You〉는 리디안 종지를 반복하며, 배경성부가 특징 반음계 선율을 계속 냄.

선법을 자주 연주하고 듣지 않았다면 구별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음. 아래 순서로 좁혀 가면 됨.

으뜸화음의 3도와 7도, 4도 또는 6도를 차례로 확인해 장조·믹솔리디안·리디안과 자연단음계·에올리안·도리안을 가르는 흐름도
  1. 먼저 으뜸음과 으뜸화음을 듣고 3도가 장3도인지 단3도인지 가름. 장3도면 장조·믹솔리디안·리디안, 단3도면 단조·에올리안·도리안 후보임.

  2. 다음 7도를 들음. 장·단조에서 익숙한 으뜸 반음 아래의 이끈음 (7̂)보다 한 온음 아래 (♭7̂)가 들리면, 적어도 잠시 선법적 어휘가 나온 것임. 장 으뜸과 ♭7̂면 믹솔리디안이고, 단 으뜸과 7̂이면 화성단음계가 작동하는 단조임.

  3. 아직 갈리지 않으면 장 으뜸에서는 올린 4도 (♯4̂), 단 으뜸에서는 자연 6도 (♮6̂)을 찾음. 장 으뜸에서 ♯4̂가 들리면 리디안, 아니면 장조임. 단 으뜸에서 ♮6̂이 들리면 도리안, 아니면 에올리안임.

원문: Modal Schemas
Open Music Theory의 선법 스키마 원문. 믹솔리디안·에올리안·도리안·리디안의 화음진행과 청음 방법을 다룸.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modal-sche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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