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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대중음악의 짜임

Open Music Theory 한글판 ·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시퀀서와 DAW가 보편화된 뒤 대중음악은 악보의 성부보다 여러 음향 층을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일이 많아졌음. 이때 악기를 편성 이름으로만 나누면 곡 안에서 맡는 일을 놓치기 쉬움. 여기서는 각 악기가 음악의 짜임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따라 나누는 기능 층(functional layer)을 살펴봄.

  • 기능 층은 악기 이름이 아니라 음악의 짜임 안에서 맡는 일에 따라 악기를 묶는 방법임.

  • 대중음악에서는 박을 또렷하게 들려주는 층, 저음을 받치는 층, 화성을 채우는 층, 선율 층, 이색 층을 자주 만남.

  • 한 층은 악기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 악기가 함께 한 층을 이룰 수도 있음.

단성·다성·주성·이성 같은 전통 짜임 용어는 주로 고전음악을 설명하려고 만들어졌음. 대중음악에 그대로 가져오면 실제로 어떤 음향이 곡을 밀고 가는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음.1 Allan Moore는 이 한계를 넘기려고 기능 층이라는 관점을 제안했음.

Moore는 대중음악에서 흔한 네 층을 들었음.

  1. 박을 또렷하게 들려주는 층(explicit beat layer)
  2. 저음을 받치는 층(functional bass layer)
  3. 화성 채움 층(harmonic filler layer)
  4. 선율 층(melodic layer)

Megan Lavengood는 여기에 이색 층(novelty layer)을 더했음. 악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점과 각 층의 조합을 따져 보면, 곡의 형식·장르·문화적 맥락도 더 잘 보임.

이 글은 Vulfpeck의 〈3 on E〉(2020)를 예로 듦. 먼저 악기들을 어떤 층으로 나누는지 살펴보자. 색은 원문 레이어 그래프의 구분을 그대로 따름.

기능 층〈3 on E〉에서 맡는 악기
이색 층노랑오카리나
선율 층빨강보컬, 브라스처럼 들리는 FM 신시사이저
화성 채움 층초록기타, 높은 음역의 사인파 신시사이저
저음을 받치는 층파랑베이스
박을 또렷하게 들려주는 층보라드럼 세트, 보조 타악기

예시 1. Vulfpeck 〈3 on E〉(2020)의 기능 층과 악기 목록.

원문은 악기가 곡의 어느 지점에서 들어오고 빠지는지도 색으로 표시한 인터랙티브 레이어 그래프와, 베이스가 화성과 리듬을 함께 잡는 예시를 제공함. 외부 플레이어가 이 사이트 안에서 안정적으로 열리지 않아, 두 예시는 원문에서 보기로 연결함.

예시 2. Vulfpeck 〈3 on E〉. 아래 층을 들으며 각 악기의 출입과 역할을 따라가 보자.

이 층은 박과 박의 세분을 분명하게 들려줌. 곡의 그루브를 세우고 유지하며, 박자와 그 곡다운 리듬을 잡아 줌. 정해진 음높이가 없는 타악기가 여기에 드는 일이 많고, 대중음악에서는 드럼 세트가 이 일을 맡는 경우가 가장 흔함. 춤추기 위한 음악이 많아서 리듬도 대체로 규칙적이고 반복적임. 다른 층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바닥을 이 층이 마련함.

〈3 on E〉에서는 드럼 세트가 거의 곡 전체에서 이 층을 맡음. 마지막 코러스인 2:20에서는 보조 타악기가 더해짐.

저음을 받치는 층도 그루브의 바닥을 이룸. 박을 또렷하게 들려주는 층과 달리, 저음역을 채우고 곡의 화성적 맥락을 잡는 역할까지 맡음. 대다수 대중음악에서는 화음이 바뀔 때마다 첫 박에 그 화음의 근음을 연주해 리듬과 화성을 함께 분명하게 만듦.

〈3 on E〉의 베이스는 드럼 세트처럼 거의 곡 전체에 깔림. 그래서 곡의 리듬을 밀어 주는 동시에, 어디서 어떤 화음이 울리는지 들리게 함.

곡의 중심 선율을 부르거나 연주하는 악기들이 선율 층을 이룸. 보컬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보컬과 나란히 혹은 보컬 대신 주선율을 맡는 악기도 여기에 들어감. 주변보다 밝게 들리는 음색, 사람 목소리처럼 음색을 유연하게 바꾸는 성질이 선율 층에서 자주 나타남. 어떤 악기가 선율 층을 맡는지는 그 곡의 장르를 짐작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함.

〈3 on E〉에서는 보컬이 선율 층의 중심임. 브라스 같은 FM 신시사이저가 가끔 보컬에 합류함.

화성 채움 층은 저음과 선율 사이의 음향 공간을 채워 음악의 짜임을 두껍게 만들고, 화성의 맥락을 더해 줌. 여기서 말하는 ‘사이’는 정확한 주파수 대역만 뜻하지 않음. 짜임 안에서 저음과 선율을 이어 주는 자리를 말함. 기타·키보드·신시사이저가 이 층에 가장 흔하지만, 장르에 따라 합창·관현악·호른 섹션도 이 일을 맡을 수 있음.2

〈3 on E〉에서는 기타와 높은 음역의 사인파 신시사이저가 화성 채움 층에 듦.

이색 층은 선율 층과 주고받거나 중간에 끼어드는 짧은 몸짓으로 대비를 만듦. 다른 층과 쉽게 섞이지 않는 낯선 음색이 이 층의 특징임. 다섯 층 가운데 가장 꼭 필요하지는 않아서, 아예 없는 곡도 많음. 기타·드럼·키보드 밖의 비표준 록 악기나 귀를 확 끄는 신시사이저 음색이 이색 층을 만들기 좋음.3

〈3 on E〉의 두 번째 벌스 0:59에서는 오카리나가 잠깐 나옴. 이 오카리나는 선율 층과 주고받고 음색도 두드러지므로, 짧지만 전형적인 이색 층을 이룸. Jason Derulo의 〈Talk Dirty〉 0:39의 색소폰, Celine Dion의 〈My Heart Will Go On〉 0:00의 틴 휘슬도 눈에 띄는 이색 층의 예임.

음악의 짜임을 분석할 때 물어볼 것

섹션 제목: “음악의 짜임을 분석할 때 물어볼 것”

층 이름을 붙이는 일은 분석의 시작일 뿐임. 다음 질문을 던지면 음악의 짜임을 곡의 해석으로 이어 갈 수 있음.

  • 각 층을 이루는 악기는 무엇인가?

  • 각 층은 언제 들어오고 나가며, 그 변화는 형식과 어떻게 맞물리는가?

  • 아예 없는 층이 있는가? 그 층을 비우면 어떤 효과가 나는가?

  • 이색 층의 악기 편성은 어떤 다른 음악·장르·문화적 이미지를 불러오는가?

  • 층마다 리듬의 성격은 어떻게 다른가?

  • 한 악기가 여러 기능 층을 오가는가? 역할이 바뀔 때 어떤 효과가 나는가?

  • 위 질문의 답은 곡의 장르나 문화적 맥락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 Lavengood, Megan L. 2020. “The Cultural Significance of Timbre Analysis: A Case Study in 1980s Pop Music, Texture, and Narrative.” Music Theory Online 26 (3). https://doi.org/10.30535/mto.26.3.3

  • Lavengood, Megan L. 2021. “Timbre, Rhythm, and Texture within Music Theory’s White Racial Frame.” In The Oxford Handbook of Electronic Dance Music, edited by Luis-Manuel Garcia and Robin Jam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93/oxfordhb/9780190093723.013.17

  • Moore, Allan F. 2012. Song Means: Analysing and Interpreting Recorded Popular Song. Burlington, VT: Ashgate.

  • splitter.fm: DAW처럼 보이는 화면에서 여러 스템을 음소거하거나 독주로 들어 볼 수 있는 서비스임.

  • Auralayer: 악기 편성과 음악의 짜임을 시각화하는 무료 웹 앱임.

  • 기능 층 찾기 연습지(PDF): splitter.fm의 Abakan 〈Going Somewhere〉 스템을 듣고 기능 층을 배정해 봄.

  • 음악의 짜임 시각화 연습지(PDF): Auralayer로 Billie Eilish 〈bad guy〉의 악기 편성과 음악의 짜임을 지도처럼 그려 봄.

1 Moore(2012)는 전통 짜임 용어가 고전음악을 위해 만들어졌고, 대중음악의 짜임을 설명할 때는 통찰이 제한적이라고 봄.

2 화성 채움 층은 장르에 따라 합창·관현악·호른 섹션처럼 전혀 다른 악기들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

3 기타·드럼·키보드 밖의 비표준 록 악기와 눈에 띄는 신시사이저 음색이 이색 층에 자주 쓰임.

원문: Texture in Pop Music
Open Music Theory의 대중음악 짜임 원문. 기능 층과 악기 편성, 음색·장르의 관계를 다룸.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texture-in-pop-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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