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이동

04. 프레이즈의 확대와 축소

프레이즈의 길이는 마디 수만 세어서 정할 수 없음. 먼저 그 프레이즈가 어떤 형식의 전형을 따르는지 살펴야 함. 전형과 거의 같지만 길이만 달라졌다면, 전형적인 모습과 견주어 어느 부분이 늘거나 줄었는지 찾을 수 있음.

예상 길이를 판단할 만한 단서는 보통 세 가지임.

  • 어떤 형식의 전형을 따르지만 그 전형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때, 전형에 더 가까운 모습이라면 몇 마디였을지 추정할 수 있음.

  • 종지로 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종지가 놓일 자리를 예상할 수 있는데, 그 자리를 피해서 음악이 더 이어지는 경우가 있음.

  • 한 곡 안에 같은 프레이즈의 짧은 형태와 긴 형태가 함께 나오면 두 형태를 직접 견줄 수 있음.

예상보다 길어진 프레이즈를 확대라고 함. 시작과 종지 사이가 길어지면 내부 확대, 프레이즈가 시작되기 전이나 종지가 끝난 뒤에 음악이 덧붙으면 외부 확대임. 반대로 예상보다 짧아진 프레이즈는 축소라고 하며, 축소는 언제나 프레이즈 안에서 일어남.

확대와 축소를 설명하는 용어는 이보다 훨씬 많음. 모든 명칭을 외우기보다 프레이즈가 예상보다 길거나 짧다는 사실을 먼저 듣고, 길이가 달라진 까닭을 말할 수 있어야 함.

내부 확대는 프레이즈가 시작한 뒤부터 종지하기 전까지 일어남. 여기서는 반복, 늘이기, 한 번 더 기법, 우회 경로의 네 가지를 살펴봄. 실제 음악에서는 여러 기법이 함께 나타나는 일이 많고, 한 가지 기법만으로 늘어난 프레이즈는 오히려 드문 편임.

이미 나온 재료를 되풀이하면 프레이즈가 길어질 수 있음. 로버트 셸던의 Bright Lights!에서는 4마디 앞악절 뒤에 5마디로 확대된 뒤악절이 이어짐. 뒤악절 안에서 동기를 한 번 더 되풀이했기 때문에 한 마디가 늘어남.

로버트 셸던의 《Bright Lights!》. 뒤악절 안의 동기를 정확히 반복해 한 마디가 늘어남.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K. 447 1악장 1–9마디에서는 4마디 복합 기본악상 뒤에 5마디 계속악구가 이어짐. 계속악구가 동형진행으로 시작하면서 전체 길이가 예상한 4마디에서 5마디로 늘어남. 앞의 예가 동기를 그대로 반복했다면, 이 예는 한 단위를 변형해 반복한 경우임.

반복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확대는 아님. 제시부에서 기본악상을 반복하는 것처럼 형식상 충분히 예상되는 반복은 원래 구조에 속함. 예상 밖의 반복 때문에 길이가 더해졌을 때만 확대라고 보아야 함.

화성이나 선율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면 그 재료를 담은 단위도 함께 길어짐. 이를 늘이기라고 함.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 459 1악장 1–9마디에서는 4마디 제시부 뒤에 5마디 계속악구가 이어짐. 계속악구의 종지악상이 늘어난 까닭임. 원래 한 마디 안에 함께 들어갈 수 있었던 IV6과 종지 딸림화음이 각각 한 마디씩 차지함. 이때 종지 딸림화음은 독일6화음과 종지 6/4화음의 수식을 받음.

재닛 슈말펠트가 1989년에 붙인 한 번 더 기법(one-more-time technique, o.m.t.)은 다음 순서로 진행됨.

  1. 음악이 종지를 시도함.

  2. 종지를 회피함.

  3. 다시 종지를 시도함.

두 번째 시도에서는 앞서 나온 종지 재료를 되풀이하는 일이 많음. 이 때문에 음악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종지하는 듯 들림. 때로는 처음과 다른 종지 재료로 다시 시도하기도 함.

멘델스존의 Op. 8, No. 5 「순례자의 격언」에서는 10마디에 종지가 나올 듯하다가 회피됨. 이어서 종지악상을 한 번 더 반복하는데, 이 단위에는 늘이기도 함께 쓰임. C–B♭–A–G로 내려가는 선율이 처음에는 한 마디였지만 다시 시도할 때는 두 마디가 되고, 종지 6/4화음이 V7로 해결되는 데에도 반 마디 대신 한 마디가 걸림.

종지로 곧장 향하던 프레이즈에 예상하지 못한 새 재료가 끼어들면 진행 경로가 달라짐. 다시 원래 재료로 돌아오면 샛길(detour), 돌아오지 않은 채 새 재료로 종지하면 경로 변경(reroute)이라고 함.

멘델스존의 「헤브리디스 서곡」 9–26마디에서는 센텐스의 계속악구가 반복됨. 19마디의 종지 동기가 20마디에도 반복되는데, 앞서 대응하는 15마디에서는 없었던 반복임. 이어서 성격이 크게 다른 두 마디가 21–22마디에 나타났다가, 23–26마디에서 19–20마디와 비슷한 재료로 돌아옴. 돌아온 종지악상도 길게 늘어나 있으므로 샛길과 늘이기가 함께 쓰인 예임.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의 「시칠리엔느」 1–10마디에서는 4마디 앞악절 뒤에 6마디로 확대된 뒤악절이 이어짐. 뒤악절은 앞악절과 같은 기본악상으로 시작하지만, 대조악상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종지에 이르지 못함. 원래 재료로 돌아가는 대신 새 종지악상이 등장해 완전정격종지(PAC)를 이루므로 경로 변경에 해당함.

한 번 더 기법과 우회 경로는 모두 종지와 관계되지만, 진행을 듣는 느낌은 서로 다름.

한 번 더 기법우회 경로
이미 종지를 시도했지만 실패함아직 종지를 시도하지 않음
실패한 종지를 다시 시도하려고 뒤로 물러나는 듯 들림종지로 가던 길에서 벗어난 듯 들림

프레이즈의 경계 밖에 음악을 덧붙여도 길이가 늘어남. 시작 전에 붙는 부분과 종지 뒤에 붙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형식도에서는 보통 점선 활이나 점선 괄호로 표시함.

프레이즈가 시작하기 전에 붙는 부분은 대개 도입부 역할을 함. 짧은 몇 마디일 수도 있고, 교향곡 첫머리의 느린 도입처럼 큰 규모일 수도 있음.

세실 샤미나드의 「사로잡힌 사랑」 1–10마디에서는 노래가 시작하기 전에 짧은 기악 도입이 나옴. 성악이 들어오는 지점부터 실제 프레이즈가 시작되므로, 앞의 기악 부분이 외부 확대를 이룸. 이 프레이즈의 종지 저음도 함께 살펴볼 만함. 흔한 mi–fa–sol–do 대신 8–11마디에 di–re–sol–do가 쓰임.

종지가 끝난 뒤에 이어지는 음악은 규모와 위치에 따라 종지 뒤 연장, 코데타, 코다라고 부를 수 있음. 경계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님. 같은 부분을 두고 종지 뒤 연장이라고 할 수도 있고 코데타라고 할 수도 있으므로, 이름을 고르는 일보다 프레이즈의 종지 밖에서 길이를 더한다는 사실을 알아보는 일이 중요함.

종류대략적인 길이특징주로 놓이는 자리
종지 뒤 연장(post-cadential extension, p.c.e.)1–2마디선율 재료가 거의 없고, V–I 같은 종지 화음이나 마지막 으뜸화음을 되풀이함. 완전한 프레이즈를 이루는 일은 드묾한 섹션 안에서 프레이즈가 끝난 뒤
코데타4–8마디짧은 동기를 되풀이하는 일이 많고, 종지 화음 진행 전체를 다시 돌기도 함. 완전한 프레이즈를 이룰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곡이나 악장의 한 섹션이 끝난 뒤
코다8마디 이상새 주제나 앞서 나온 주제를 충분히 다루며, 여러 프레이즈를 포함하는 일이 많음곡이나 악장이 끝난 뒤

샤미나드의 「선물」에서는 긴 주기의 뒤악절이 완전정격종지로 끝난 뒤, 두 마디 동안 마지막 으뜸화음을 펼침화음으로 이어감. 짧고 독립된 선율도 없으므로 종지 뒤 연장에 해당함.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 2, No. 1 36–48마디에서는 제시부를 마무리하는 긴 프레이즈가 41마디 A♭장조의 완전정격종지로 끝남. 그 뒤에는 두 마디 단위가 반복되는 코데타가 이어지며, 화성에는 fi–sol–do의 종지 저음선이 쓰임.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에서는 도입부가 4분 52초에 변형되어 돌아오고, 5분 3초에 두 번째 변형이 시작됨. 5분 32초에 생략된 완전정격종지로 본곡이 끝나는 동시에 코다가 시작됨. 코다는 2분 무렵에 나왔던 제2주제를 빠르고 힘차게 바꾸어 쓰며, 여러 프레이즈로 곡의 끝을 크게 확장함.

축소는 확대보다 드물게 나타남. 프레이즈를 이루는 단위가 예상보다 짧아지므로 종지가 갑작스럽게 들리는 경우가 많음.

스테판 엘마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3악장 15–21마디에서는 4마디 복합 기본악상 뒤에 3마디 계속악구가 이어짐. 앞 단위가 4마디이므로 균형을 이루려면 계속악구도 4마디일 듯하지만, 실제로는 한 마디 짧게 종지함. 이 불균형과 갑작스러운 종지감이 축소를 드러냄.

  1. 악보의 형식을 구분하고 이름을 붙인 뒤, 확대가 일어난 자리를 찾고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 적어 봄. 필요하면 화성 분석도 함께 함.

  2. 여러 확대 기법이 겹쳐 있는 복잡한 악보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함.

  3. 첫 번째 연습의 악보에서 확대된 부분을 덜어 내고, 형식의 전형에 가까운 프레이즈로 다시 작곡해 봄.

  • Brian Jarvis and John Peterson, “Alternative Paths, Phrase Expansion, and the Music of Felix Mendelssohn,” Music Theory Spectrum 41, no. 2 (2019), 187–217.

  • Janet Schmalfeldt, “Cadential Processes: The Evaded Cadence and the ‘One More Time’ Technique,” Journal of Musicological Research 12, nos. 1–2 (1992), 1–52.

원문: Expansion and Contraction at the Phrase Level
Open Music Theory is a natively-online open educational resource intended to serve as the primary text and workbook for undergraduate music theory curricula.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expansion-and-contraction/

이 글에 관련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에도 게시하고 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은 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