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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프레이즈와 전형적·고유 형식

선율이 잠깐 쉬거나 V–I가 나왔다고 해서 프레이즈가 끝난 것은 아님. 앞에서 시작한 음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종지에서 닫혀야 하나의 구절로 들림. 먼저 닫히는 지점을 찾고, 그 안에서 악상들이 어떻게 묶이는지 살펴보면 프레이즈 형식이 보이기 시작함.

프레이즈(phrase, 악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인 뒤 닫히는 비교적 완결된 음악적 생각임. 조성음악에서는 완전정격종지(PAC)·불완전정격종지(IAC)·반종지(HC)가 주로 그 끝을 알려 줌. 무조음악이나 대중음악에서는 종지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구절을 닫기도 함.

프레이즈의 길이는 정해져 있지 않음. 4·8·16마디가 흔하지만 다른 길이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음. 슈베르트 《그대는 나의 안식》에는 네 마디 프레이즈가 나오고, 파니 헨젤 《저녁 풍경》에는 13마디 프레이즈가 나옴. 마디 수가 익숙한 숫자와 맞지 않아도 음악이 한 목표에 도착해 닫힌다면 하나의 프레이즈로 볼 수 있음.

프레이즈 안에는 악상만 바로 들어갈 수도 있고, 악상 몇 개가 먼저 하위프레이즈를 이룬 뒤 프레이즈로 묶일 수도 있음. 도식에서는 다음 두 표시를 구별함.

  • 대괄호: 악상과 하위프레이즈처럼 반드시 종지로 끝날 필요가 없는 단위를 표시함.

  • 활꼴 괄호: 프레이즈와 그보다 큰 단위를 표시함. 이 단위는 끝에서 종지나 그에 해당하는 닫힘이 필요함.

네 마디 프레이즈를 두 개의 악상으로 나눈 경우와, 여덟 마디 프레이즈를 두 개의 하위프레이즈와 네 개의 악상으로 나눈 경우.

쉼표, 긴 음, 선율의 하행만 보고 종지라고 판단하면 프레이즈의 범위를 잘못 잡기 쉬움. V–I도 약한 박에 지나가거나 선율이 계속 이어진다면 종지가 아닐 수 있음. 베이스·선율·박자 위치를 함께 보고 실제로 구절이 닫히는지 확인해야 함.

여러 작품에서 되풀이되는 짜임을 전형(archetype)이라고 부름. 이 장에서 살펴볼 대표적인 전형은 센텐스와 피리어드임. 실제 작품이 전형의 조건과 정확히 맞지 않는다고 해서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님. 제시부와 계속부의 성격이 분명하다면 길이나 세부 구성이 달라도 센텐스에 가까운 프레이즈로 들릴 수 있음.

센텐스나 피리어드의 짜임과 뚜렷하게 연결되지 않는 프레이즈는 고유 형식(unique form)으로 봄. 전형이 고유 형식보다 더 많이 쓰이는 것도 아님. 실제 음악에는 둘 다 흔하며, 두 범주 사이 어딘가에 놓이는 프레이즈도 많음.

같은 악상을 두 번 들려준 뒤 음악의 움직임을 잘게 나누고 종지로 몰아가면 하나의 긴 흐름이 생김. 이런 한 프레이즈짜리 형식을 센텐스(sentence)라고 부름.

전형적인 여덟 마디 센텐스는 다음처럼 나뉨.

마디1–23–45–8
하위프레이즈제시부(presentation)계속부(continuation)
악상기본악상기본악상의 반복분절·동형진행·종지

여기서 제시부(presentation)는 소나타 형식의 제시부(exposition)와 다른 단위임. 센텐스 앞부분의 하위프레이즈만 가리킴.

제시부와 계속부가 각각 네 마디이면 서로 균형을 이룸. 네 마디 센텐스에서는 1+1+2, 16마디 센텐스에서는 4+4+8처럼 같은 비율을 쓸 수 있음. 계속부가 제시부보다 길어지는 경우도 흔하지만, 더 짧아지는 경우는 드묾.

제시부는 기본악상(basic idea, b.i.)을 먼저 들려주고 곧바로 한 번 더 내놓음. 기본악상은 두 마디인 경우가 많지만 한 마디나 네 마디가 될 수도 있음.

두 번째 기본악상이 첫 번째와 완전히 같을 필요는 없음. 리듬이나 선율에 장식을 붙이고, 다른 음높이에서 시작하거나 화음을 바꿀 수 있음. 음정의 종류나 크기를 바꾸기도 함. 세부 음이 달라도 선율 윤곽이 비슷하면 같은 기본악상의 변형으로 듣기 쉬움. 윤곽부터 다르면 반복보다는 새로운 대조악상으로 들릴 가능성이 큼.

제시부는 대개 으뜸화음에서 시작함. 이후 화음은 다음과 같이 움직일 수 있음.

  • I–V–V–I 또는 I–ii4/2–V6/5–I처럼 으뜸화음을 연장함.

  • I에서 출발해 V에 도착함.

  • I에서 출발해 딸림화음이 아닌 곳에 도착함. iiii6처럼 딸림화음 앞에 놓이는 화음이 자주 쓰임.

기본악상을 두 번 들은 뒤에도 같은 크기의 단위를 그대로 반복하면 음악이 제자리에 머무는 듯 들릴 수 있음. 계속부에서는 단위를 짧게 나누고 리듬과 화음의 움직임을 빠르게 만들어 종지로 밀고 감. 다음 네 특징 가운데 여러 가지가 함께 나타남.

  • 분절(fragmentation): 앞에서 정한 단위보다 짧게 나눔. 두 마디 기본악상 뒤에 한 마디 단위가 이어지는 경우가 한 예임. 선율을 기본악상에서 가져왔는지는 분절의 조건이 아님. 단위의 길이만 짧아지면 됨.

  • 리듬 활동의 증가: 앞부분보다 짧은 음가를 많이 써서 움직임을 빠르게 만듦.

  • 동형진행(sequence): 짧은 단위를 다른 음높이로 옮기며 되풀이함.

  • 화성 리듬의 증가: 화음이 앞보다 자주 바뀜. 기본악상에서는 두 마디에 한 번 바뀌던 화음이 계속부에서는 한 마디마다 바뀔 수 있음.

분절이 가장 알아보기 쉬운 특징이지만 모든 계속부에 필요한 것은 아님. 단위가 짧아지지 않아도 화성 리듬이 빨라지고 불안정한 진행이 종지로 향한다면 계속부로 들릴 수 있음. 더 작은 악상으로 나누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순히 단위(unit, u.)라고 표시하고, 그 단위 전체가 계속부의 성격을 띤다고 설명함.

계속부가 어떤 화음으로 시작하는지는 일정하지 않음. 끝에서는 반드시 종지를 향함. 고전주의 음악에서는 완전정격종지·불완전정격종지·반종지 가운데 어느 것으로도 끝날 수 있음.

전형적인 센텐스는 4마디나 8마디이며, 제시부와 계속부의 길이가 균형을 이루고 계속부에 분절이 나타남. 실제 센텐스가 이 조건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음. 기본악상을 반복하는 제시부와 종지로 몰아가는 계속부가 확인되면 센텐스의 성격이 성립함.

센텐스가 한 프레이즈 안에서 압축과 종지의 흐름을 만든다면, 피리어드(period)는 두 프레이즈의 종지 강도를 비교해 질문과 응답의 관계를 만듦.

구분선행구(antecedent)후행구(consequent)
내부 구성기본악상 + 대조악상기본악상 + 대조악상
끝의 종지약한 종지, 주로 반종지선행구보다 강한 종지, 주로 완전정격종지
들리는 역할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질문을 마치는 응답

첫 프레이즈인 선행구(antecedent)는 대개 네 마디이며 으뜸화음에서 시작함. 끝에는 주로 반종지가 놓여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들림. 다른 조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으뜸조 안에 머무는 경우가 더 많음.

선행구 안에서는 기본악상 뒤에 대조악상(contrasting idea, c.i.)이 이어짐. 기본악상을 그대로 반복하는 센텐스의 제시부와 여기서 차이가 남.

둘째 프레이즈인 후행구(consequent)도 기본악상과 대조악상으로 이루어짐. 처음의 기본악상은 선행구와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음. 서로 다른 기본악상을 썼다면 선행구에는 b.i.1, 후행구에는 b.i.2라고 표시할 수 있음.

후행구가 선행구와 같은 기본악상으로 시작하면 병행 피리어드(parallel period), 다른 기본악상으로 시작하면 대조 피리어드(contrasting period)라고 구분하기도 함. 대조 피리어드는 드물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병행 피리어드를 피리어드의 기본형으로 봄.

후행구의 대조악상은 선행구와 달라질 수밖에 없음. 선행구보다 강한 종지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임. 처음에는 같은 선율로 시작하다가 종지 직전에만 달라질 수도 있고, 대조악상 전체를 새로 쓸 수도 있음.

후행구는 대개 으뜸화음에서 시작해 완전정격종지로 끝남. 길이는 선행구와 같거나 더 길 수 있으며 더 짧은 경우는 드묾. 피리어드 안에서 조바꿈이 일어난다면 주로 후행구에서 나타남.

피리어드의 중요한 조건은 두 프레이즈의 길이가 같다는 점이 아니라, 후행구의 종지가 선행구보다 강하다는 점임.

같은 프레이즈가 악보에 두 번 온전히 적혀 있으면 반복 프레이즈(repeated phrase)라고 부름. 두 번째에는 선율 장식이나 반주를 조금 바꿀 수 있음. 작곡가가 반복을 악보에 직접 적는 까닭도 이런 변화를 보여 주려는 경우가 많음.

반복 기호 사이에 한 번 적힌 프레이즈는 보통 반복 프레이즈라고 부르지 않음. 실제 마디를 더 써서 두 번째 프레이즈를 적어 놓은 경우를 가리킴.

두 프레이즈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므로 같은 종류의 종지로 끝남. 첫 프레이즈보다 둘째 프레이즈가 더 강한 종지로 끝나는 피리어드와 이 점에서 구별됨.

센텐스 하나는 한 프레이즈이고, 피리어드는 두 프레이즈를 묶은 형식임. 그래서 피리어드의 선행구와 후행구를 각각 센텐스로 만들 수도 있음. 한 형식 안에 다른 형식이 들어간 이런 구성을 복합 형식(compound form)이라고 부름.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G장조 미뉴에트에서는 앞의 여덟 마디와 뒤의 여덟 마디가 각각 센텐스를 이룸. 각 센텐스의 처음 네 마디는 제시부, 뒤 네 마디는 계속부임. 앞 센텐스가 반종지로 끝나고 뒤 센텐스가 완전정격종지로 끝나므로, 두 센텐스를 합치면 선행구와 후행구 관계의 복합 피리어드(compound period)가 됨.

실제 작품에는 센텐스나 피리어드와 뚜렷하게 연결되지 않는 프레이즈도 흔함. 길이가 불규칙하거나 악상의 묶임이 전형과 다르더라도, 종지를 향해 하나의 완결된 흐름을 만든다면 고유 프레이즈 형식으로 분석할 수 있음.

이때도 먼저 종지에서 프레이즈의 범위를 정하고, 그 안을 악상과 하위프레이즈로 나누는 구획 분석을 시행함. 제시부·계속부·선행구·후행구 같은 이름이 실제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곳에만 붙임. 맞지 않는 구간에 전형의 이름을 억지로 씌울 필요는 없음.

  1. 종지를 찾아 프레이즈의 끝을 먼저 정함.

  2. 프레이즈가 하나인지 두 개가 묶였는지 확인함.

  3. 첫 악상이 반복되면 센텐스의 제시부인지 살펴봄. 뒤에서 단위가 짧아지고 리듬·화성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종지로 향하면 계속부로 봄.

  4. 두 프레이즈가 기본악상과 대조악상으로 짜였으면 종지의 강도를 비교함. 뒤의 종지가 더 강하면 피리어드일 가능성이 큼.

  5. 두 프레이즈의 종지가 같고 둘째가 첫째를 다시 적은 형태이면 반복 프레이즈로 봄.

  6. 센텐스 두 개가 약한 종지와 강한 종지로 이어지면 복합 피리어드인지 확인함.

  7. 어느 전형과도 잘 맞지 않으면 구획만 분명히 표시하고 고유 형식으로 설명함.

  1. 센텐스 악보에서 제시부와 계속부를 나누고, 기본악상·반복·분절·종지를 표시함. 전형적인 센텐스와 다른 점도 함께 적음.

  2. 여러 프레이즈를 센텐스·피리어드·복합 피리어드·고유 형식으로 나누고, 전형에 속하는 예는 괄호로 구조를 그림. 필요하면 화성도 함께 분석함.

  3. 주어진 기본악상에서 출발해 선율만으로 네 마디 센텐스를 씀.

  4. 기본악상을 하나 골라 선율과 반주가 갖춰진 여덟 마디 센텐스를 완성함.

원문: The Phrase, Archetypes, and Unique Forms
Open Music Theory is a natively-online open educational resource intended to serve as the primary text and workbook for undergraduate music theory curricula.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phrase-archetypes-unique-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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