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갈랑 스키마
18세기의 작곡가와 즉흥연주자는 곡을 시작하거나 이어 가고 끝낼 때 자주 쓰는 짧은 구조를 익혀 두었다가, 조와 리듬을 바꾸고 장식을 붙여 새 음악을 만들었음. 이런 구조(골격)를 갈랑 스키마(galant schema)라고 부름.
스키마에는 선율과 베이스의 진행뿐 아니라 화음과 박의 위치까지 함께 들어 있음. 같은 골격도 작품에 따라 음역·리듬·장식이 달라지므로 겉모습만 보면 서로 다른 선율처럼 보일 수 있음. 장식을 걷어 내고 공통된 음의 움직임을 찾으면 같은 스키마인지 알아볼 수 있음.
여러 작품에서 공통된 골격만 추려 낸 형태를 원형(prototype)이라고 부름. 한 작품에서 실제 음과 리듬으로 나타난 형태는 개별사례(exemplar)임. 원형과 각 사례를 비교하면 그 스키마가 구절의 시작·연결·종지 가운데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있음. 이런 기능을 설명하는 체계까지 포함해 스키마 이론이라고 함.
스키마의 이름이 붙은 경위는 제각각으로Monte·Fonte·Ponte는 18세기 음악이론가 요제프 리펠이 당시 특정 작곡 패턴을 가리키며 사용했던 명칭을 그대로 가져온 것임. 반면 Meyer는 예르딩엔이 현대에 붙인 이름으로, 이와 같은 음형을 연구한 음악학자 레너드 마이어의 성에서 따옴.
스키마를 읽는 방법
섹션 제목: “스키마를 읽는 방법”표를 읽을 때는 윗성부와 베이스를 먼저 따로 부른 뒤 함께 연주해 보는 것이 좋음. 한 칸을 단계(stage) 하나로 보며, 각 단계에서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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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성부와 베이스가 음계의 몇 번째 음을 연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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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음 사이에 어떤 화음을 채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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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S)과 약박(W) 가운데 어디에 놓이는가
스키마마다 잘 어울리는 자리가 있음. 구절을 여는 도입형(opening gambit), 음악을 계속 밀고 가는 전개·연결형(continuation), 구절을 닫는 종지형(cadence), 종지가 끝난 뒤 덧붙이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음.
도입형: 마이어
섹션 제목: “도입형: 마이어”마이어(Meyer)는 곡의 첫 구절에서 자주 들리는 네 단계 음형임. 윗성부는 도–시–파–미, 베이스는 도–레–시–도로 움직임. 처음과 끝에는 으뜸화음이 놓임. 가운데에서는 딸림 기능의 화음을 거치므로, 잠깐 긴장했다가 다시 으뜸화음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생김.
| 단계 | 1 | 2 | 3 | 4 |
|---|---|---|---|---|
| 박 | 약 | 강 | 약 | 강 |
| 선율 | 도(1) | 시(7) | 파(4) | 미(3) |
| 베이스 | 도(1) | 레(2) | 시(7) | 도(1) |
| 숫자저음 | 5/3 | 4/3 | 6/5 | 5/3 |
| 로마숫자 | I | V | V | I |
앞의 I–V는 질문을 꺼내는 듯하고, 뒤의 V–I는 그 질문을 마무리하는 듯 들림. 파스토렐라(Pastorella), 주피터(Jupiter), 아프릴레(Aprile)도 으뜸화음에서 출발해 가운데 두 단계를 거친 뒤 으뜸화음으로 돌아옴. 가운데에는 딸림화음을 펼쳐 놓을 수 있고, 둘째 단계에 버금딸림 기능의 화음을 붙이기도 함. 실제 작품에서는 베이스와 화음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키마를 찾을 때는 윗성부의 윤곽을 먼저 살펴보는 편이 좋음.
네 단계를 한 마디씩 넓게 쓰면 곡의 첫 주제나 선행악구가 될 수 있음. 한 마디에 두 단계씩 넣으면 두 마디짜리 짧은 악상이 됨. 그 뒤에 프리너 같은 종결형을 붙이면 하나의 구절을 완성할 수 있음.
종결형: 프리너
섹션 제목: “종결형: 프리너”도입형으로 구절을 열었다면 다음에는 음악을 으뜸화음으로 돌려보내야 함. 이때 자주 쓰는 네 단계 음형이 프리너(Prinner)임. 베이스는 파–미–레–도(4–3–2–1), 윗성부는 라–솔–파–미(6–5–4–3)로 함께 내려감. 두 성부 사이에는 줄곧 10도가 놓임.
| 단계 | 1 | 2 | 3 | 4 |
|---|---|---|---|---|
| 박 | 강 | 약 | 강 | 약 |
| 선율 | 라/라♭(6) | 솔(5) | 파(4) | 미/미♭(3) |
| 베이스 | 파(4) | 미/미♭(3) | 레(2) | 도(1) |
| 숫자저음 | 5/3 | 6/3 | 7–6 | 5/3 |
| 로마숫자 | IV | I6 | vii6 | I |
셋째 단계에서는 7도가 먼저 울린 뒤 6도로 내려오는 계류음을 자주 사용함. 마지막 으뜸화음으로 가기 전에 근음 위치의 딸림화음을 한 단계 더 넣으면 종지가 더 분명해짐.
프리너 전체를 완전5도 위에서 시작하면 으뜸조를 떠나 딸림조에 도착함. 첫 단계의 5/3화음은 원래 조에서는 I이지만, 새로 도착할 딸림조를 기준으로 보면 IV가 됨. 이렇게 조를 옮기는 형태를 전조 프리너(Modulating Prinner)라고 부름.
| 단계 | 1 | 2 | 3 | 4 |
|---|---|---|---|---|
| 박 | 강 | 약 | 강 | 약 |
| 선율 | 미(3) | 레(2) | 도(1) | 시(7) |
| 베이스 | 도(1) | 시(7) | 라(6) | 솔(5) |
| 숫자저음 | 5/3 | 6 | 7–♯6 | 5/3 |
| 으뜸조 분석 | I | V6 | vii°7/V | V |
| 딸림조 분석 | IV | I6 | vii°7 | I |
다른 기능의 스키마
섹션 제목: “다른 기능의 스키마”마이어와 프리너만으로도 짧은 구절을 만들 수 있지만, 긴 곡에는 다른 연결 방식이 필요함. 어떤 스키마는 도입과 종지 사이에서 음악을 이어 가고, 어떤 스키마는 종지를 준비하거나 직접 완성함. 다음 장에서 쓰임에 따라 나누어 살펴봄.
악보를 연주하면 각 스키마의 소리를 익힐 수 있음. 그렇다고 악보에 적힌 조와 음역만 외우면 다른 작품에서 같은 스키마를 알아보기 어려움. 표에 적힌 음계도와 실제 악보를 번갈아 보면서, 조나 장식이 달라져도 남는 골격을 찾아야 함.
연습 방법
섹션 제목: “연습 방법”-
여러 조에서 각 스키마를 연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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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계도만 보고 선율과 베이스를 종이에 적음. 악보를 보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는지 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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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이 익숙해지면 경과음, 보조음, 돈꾸밈음을 붙여 실제 선율처럼 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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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형·연결형·종지형을 제자리에 이어 하나의 곡을 만듦. 스키마는 골격일 뿐이므로 리듬과 장식을 바꾸어 곡의 성격을 더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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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을 묶어 줄 리듬을 정하되 매번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음. 순차진행에는 장식을 붙이고 큰 도약 사이에는 음을 채움. 알베르티 베이스 같은 반주형을 쓰거나, 긴 곡에서는 성부 수와 성부 사이의 관계를 바꿀 수 있음.
참고문헌: Robert O. Gjerdingen, Music in the Galant Style,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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