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02. 섬세한 음색 변화

글: Mark Gotham

큰 편성 변화만으로 형식을 나누면 경계가 쉽게 거칠어짐. 악기 하나를 더하거나, 음의 시작과 지속을 나누거나, 한 선율의 음색을 조금씩 바꾸는 작은 조정으로도 구조를 분명히 할 수 있음.

종지 뒤에 편성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종지 순간에 음색을 보태면, 화성의 종결감과 형식의 경계가 함께 선명해짐. 앞 글에서 다룬 음색을 남겨 두는 원리와 이어짐.

고전주의 관현악곡에서는 목관이 이런 역할을 자주 맡음. Mozart 피아노 협주곡 K.453 3악장 첫머리는 현악만으로 시작하고, 종지마다 목관을 보태 음색으로 문장 끝을 표시함.

예 1. 종지에서 관현악 편성을 바꾸어 종지를 강조하는 방식

Mozart, Piano Concerto K.453 악보

Shostakovich 교향곡 11번 3악장의 바깥 부분은 긴 비올라 독주처럼 이어짐. 주제는 0분 50초에 시작하고, 단락 끝인 4분 50초와 12분 40초에는 유니즌 바이올린이 합류함. 대선율이 멈추고 선율 윤곽도 닫히지만 화성은 모호하므로, 바이올린의 합류가 종지를 형식적으로 굳혀 줌.

관현악곡만의 방식은 아님. Blink-182의 「I Miss You」도 약 0분 55초에서 다른 보컬을 보태 절의 끝을 음색으로 닫음.

음색의 추가가 언제나 경계를 끊는 것은 아님. 돌아올 음색을 조금 일찍 들려주면 앞 단락과 다음 단락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을 수 있음.

Brahms 교향곡 2번 3악장은 우아한 오보에 주제로 시작함. 101마디와 107마디에서 A부분이 돌아오기 전에 오보에가 다시 나타나므로, 동기 처리와 함께 복귀의 경계를 둥글게 만듦.

Brahms, Symphony No. 2, III 발췌

Brahms 교향곡 4번 1악장의 첫 종지에서도 오보에가 뒤늦게 합류해 끝을 둥글림. 같은 대목에서 첼로와 비올라가 도브테일링하는 방식도 함께 볼 만함.

Brahms, Symphony No. 4, I 발췌

한 음의 시작에는 소음과 고역 성분이 많고, 이어지는 지속부는 상대적으로 안정됨. 이 차이를 관현악으로 확대하려면 짧게 치고 빠지는 악기와 같은 음을 길게 잇는 악기를 한순간에 겹침. 20세기 작곡가들이 즐겨 썼지만 그 이전 작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음.

  • Mozart 「마술피리」 서곡: 금관이 들어올 때 호른은 길게, 트럼펫과 트롬본은 짧게 연주함.
  • Mozart 「레퀴엠」의 「Dies Irae」: 트럼펫과 타악기는 짧고, 나머지 악기는 길게 이어 감.
  • Beethoven 교향곡 1번 1악장: 목관의 fp 화음 자체가 어택과 서스테인을 함께 만들고, 현악 피치카토가 어택만 더함.

Schoenberg 「Farben」은 연습기호 2의 하프 등에서 이 효과를 씀. Britten 「Four Sea Interludes」 3곡은 약 0분 45초부터 하프처럼 침투력이 강한 악기로 어택을 만들고 플루트의 긴 음으로 울림을 이음.

Britten 「Four Sea Interludes」의 어택·서스테인 배치

하프 하모닉스는 적힌 음보다 한 옥타브 높게 들림. 이 악장 뒤쪽 연습기호 3 부근에서는 실로폰과 피콜로가 어택을 맡고 트럼펫이 소리를 이어 감.

같은 선율을 겹치면서 조음만 다르게 하는 방법도 이 원리와 맞닿아 있음.

  • Debussy 「La Mer」 3악장 연습기호 55: 오보에는 반복음을, 플루트는 이어진 선을 연주함.
  • Sibelius 「En Saga」 189마디: 비올라 피치카토와 아르코를 결합함. 290마디에서는 트럼펫 스타카토와 오보에 레가토를 겹친 뒤, 오보에와 비올라 조합으로 바꿈.

큰 음량에서 현악 선율을 트레몰로로 겹치는 방법도 같은 계열임. 앞 글의 Grieg 예에서 확인할 수 있음.

이음매 없는 관현악적 크레셴도

Section titled “이음매 없는 관현악적 크레셴도”

Wagner 「Parsifal」의 두 발췌는 유니즌 선율 위에 악기를 한 겹씩 보탬. 두 경우 모두 이미 섞여 있던 악기보다 높고 밝은 같은 계열의 악기가 마지막에 들어옴. 두 번째 예에서는 높은 음역 때문에 바순을 오보에로 바꾸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소리가 눈에 띄지 않게 밝아짐.

Wagner, 「Parsifal」 두 발췌

Berg 「Wozzeck」의 살해 장면은 B3 한 음에서 니엔테로 시작해 거대한 크레셴도를 만듦. 각 악기가 어느 순서로 들어오는지 먼저 귀로 들어 본 뒤 아래 축약보와 맞춰 볼 수 있음.

Berg 「Wozzeck」 B3 유니즌에서 악기가 들어오는 순서

Robert Cogan은 이 대목의 시작을 거의 순음에 가깝다고 설명함. pppp의 약음기 호른은 표준 관현악기 가운데 상부 배음이 가장 적고 멀리 들리는 음색임. 호른이 뒤쪽을 향해 소리를 내고 무대 뒤편에 앉는 데다 약음기까지 써서, 관객에게는 벽에 반사된 소리가 주로 닿음.

다음에 들어오는 약음기 독주 바이올린도 고역 성분을 줄임. 높은 음역의 베이스 클라리넷은 홀수 배음 위주라 상부 스펙트럼을 조금만 보탬. 그 뒤로 악기의 종류와 배음 성분을 함께 늘리고, 무거운 금관을 마지막에 넣어 소리와 스펙트럼의 크레셴도를 동시에 완성함.

1900년 무렵 이후에는 한 선율의 음마다 음색을 바꾸어 만화경 같은 흐름을 만드는 일이 많아짐. Schoenberg가 1911년 「Harmonielehre」에서 Klangfarbenmelodie, 곧 음색선율이라는 말을 제시했고, 「Five Orchestral Pieces」 중 「Farben」에서 대표적으로 펼쳤음.

한 선율을 여러 악기에 점처럼 흩는 점묘적 관현악법과도 이어짐. Webern 「Konzert」 Op. 24에서는 음색이 음렬의 구획을 드러냄. 자세한 분석은 「Webern Op. 21과 24 분석」에서 다룸. Mahler 교향곡 7번 3악장 첫머리도 흩어진 음색이 차츰 한 선으로 모이는 모습을 보여 줌.

Mahler, Symphony No. 7, III 발췌

Webern이 관현악으로 옮긴 Bach 「Musical Offering」의 「Ricercata」는 원음 하나를 빼지 않은 편곡인 동시에, 동기와 선율 윤곽을 음색으로 분석한 작품임. 아래 전체 악보의 제시부 축약에서는 푸가 주제의 여섯 차례 진입을 각각 한 보표에 놓아 악기 배분을 비교할 수 있음.

Bach–Webern, 「Musical Offering」 전체 악보

주제의 악기 배치는 명확한 회문을 이루며, 일부는 이중 회문으로도 볼 수 있음. 아래쪽 점선은 일관된 첫 회문을, 위쪽 점선은 덜 일관된 두 번째 회문을 나타냄. 마지막 두 악기는 앞선 짝을 되풀이한다고 보는 대괄호 해석이 더 설득력 있을 수 있음. 별표가 붙은 하프 중복음은 첫 음색의 재현과 주제의 끝을 표시하고, 대각선 화살표는 첫 응답의 연속 음색이 다음 주제·응답 진입과 맺는 관계를 보여 줌.

Sofia Gubaidulina의 바이올린 협주곡 「Offertorium」은 Bach 주제의 이중 회문적 악기 배치를 이어받음. 매번 주제의 처음과 끝에서 한 음씩 덜어 중앙에 이른 뒤, 과정을 대칭으로 되돌림. 음색 배치는 작품 전체에서 완전히 같지 않으므로 첫 두 주제만 비교하면 됨.

이런 대칭은 현대 작품에서 특히 정교해졌지만, 이전 음악에도 비슷한 설계가 있음.

  • Schubert 교향곡 8번 2악장: 제시부에서 단조 선율은 클라리넷, 장조 선율은 오보에가 맡고, 재현부에서는 오보에에서 클라리넷 순으로 뒤집힘.
  • Brahms 교향곡 3번 3악장: 첫 부분에서는 주제와 반주가 현악에서 목관으로 옮겨 가고, 재현에서는 목관에서 현악으로 돌아옴.

이 글에 관련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에도 게시하고 있습니다. 질문이나 토론은 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Subtle Color Changes – Open Music Theory
Open Music Theory is a natively-online open educational resource intended to serve as the primary text and workbook for undergraduate music theory curricula.
https://viva.pressbooks.pub/openmusictheory/chapter/subtle-color-chan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