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선법·음계·음집합 분석
Mark Gotham
처음 보는 곡이 공통관습 조성음악도 아니고 무조·음렬음악도 아닌 듯하면 선법 관점이 도움이 될 수 있음. 20세기 음악은 가능한 선법이 훨씬 많고 조표 같은 표기 단서도 없을 수 있으므로 음악적 단서에서 선법을 찾아야 함.
선법을 정할 때는 다음 요소를 함께 봄.
- 특정 음정 관계로 배열된 음고 음집합. 예: C–D–E–F–G–A–B
- 주요 기준점 구실을 하는 으뜸음 또는 종지음. 예: C
- 딸림음·버금딸림음 같은 그 아래의 위계
- 선율 윤곽과 음역
첫째 요소 때문에 선법은 이도할 수 있음. 초기 선법을 흰건반 위에 놓아 D도리아처럼 설명하곤 하지만, 20세기 음악에서는 E도리아나 D프리지아처럼 어느 음에서든 시작할 수 있음. 이 때문에 ‘G 위의 D선법’ 같은 혼란스러운 표현도 생김. 선법 음악에도 반음계 음이 들어갈 수 있어 모든 음이 음계 안에 들 필요는 없음. 다만 예외가 너무 많아지는 지점은 작품마다 판단해야 함.
둘째 요소는 첫째 요소에서 생기는 여러 가능성을 좁혀 줌. 흰건반만 쓴다면 어느 음이 선법의 종지음인지 찾아야 함. 모든 음악 요소가 으뜸음을 드러낼 수 있지만, 먼저 “처음·마지막·가장 큰 소리·가장 긴 음”을 살피면 유용함(Cohn 2012, 47; Harrison 1994, 75쪽 이후). 프레이즈가 특정 음에서 자주 시작하거나 끝나는지, 강한 박자 위치나 선율 정점에서 그 음을 강조하는지도 봄.
셋째 요소도 같은 어려움을 다룸. 조성음악에서는 sol 가 으뜸화음과 딸림화음에 모두 들어가므로 do 보다 자주 나올 수 있음. 20세기 선법에는 위계를 얻을 후보가 더 많지만, 오히려 역할을 나누어 볼 단서가 됨. ‘처음’과 ‘마지막’은 으뜸음, ‘가장 큰 소리’와 ‘가장 긴 음’은 그 아래 위계의 음일 수 있음. ‘딸림음’이라는 조성적 이름 대신 교회선법의 ‘낭송음’을 쓸 수도 있음.
특정 음을 강조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임. 20세기 음악에서는 리디아의 fi 나 프리지아의 ra 같은 색채음을 드러내거나 음고류 중심을 세우려는 경우가 중요함. 공통관습 조성에 익숙한 청자에게 C리디아의 F♯은 G장조의 이끈음으로 들리기 쉬워, 조성적으로 쓰인 ‘리디아 선법’ 작품은 중심이 모호해질 수 있음. Beethoven의 현악4중주 Op. 132 중 〈Heiliger Dankgesang〉(1825)과 Bruckner의 《Os Justi》(1879)를 들어 보고 중심을 판단해 볼 것.
정격과 변격을 가르는 음역은 교회선법을 정의하는 핵심이었고, 다른 많은 음악의 선법에서도 선율 윤곽과 함께 중요한 기준임.
실제 분석에서
Section titled “실제 분석에서”앞의 기준으로 지배적인 선법을 찾은 뒤에는 그 정보로 작품을 설득력 있게 해석해야 함. 선법을 찾아가는 어려움 자체도 해석의 일부가 될 수 있음.
- 조성적으로 읽기 쉬웠는지 먼저 생각함. 구조를 겉으로 드러내는 작품인지 깊이 감추는 작품인지에 따라 정서적 성격도 달라질 수 있음.
- 선법 일반의 성격과 이 작품에서의 쓰임을 구별함. 리디아의 올린 4도가 ‘고양’이나 ‘지향’을, 프리지아의 내린 2도가 ‘탄식’을 떠올리게 하는지 살핌.
- 선법들이 얼마나 분명히 갈리는지 봄. 다른 선법으로 옮길 때 공통음이나 공통 종지음이 있는지에 따라 조성의 전조처럼 가까움과 멂을 말할 수 있음.
- 선법의 성질과 분포가 더 큰 형식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봄. 선법 변화가 다른 근거로 찾은 구획 경계와 일치하는지 확인함.
아래 세 대목은 Bartók의 《From the Island of Bali》에서 가져온 것임. 같은 선법이 계속되는지, 선법 밖 음이 무엇인지, 종지음이 드러나는지, 두 선법이 겹치는 대목이 있는지 먼저 분석한 뒤 아래 설명과 비교할 것.
첫 대목은 선법과 종지음이 모두 멋지게 모호함. 양손을 합치면 깔끔한 8음음계가 되지만 따로 보면 Bartók와 자주 연결되는 1:5 간격 모형 선법, 곧 집합류 (0167)이 됨. Bartók다운 대칭이 뚜렷하고 하나의 종지음은 거의 떠오르지 않음.
뒤의 두 대목은 첫 센박에 강한 으뜸음이 도착해 각 구획의 중심을 G♭과 E♭으로 들리게 함. 그러나 음고는 도입부와 매우 가깝게 이어짐. 먼저 [B, C, F, G♭]은 시작 오른손과 정확히 같은 음들임. 이 해석에서 A𝄫은 선법에 들지 않는 반음계적 위이웃음으로 볼 수 있음.
뒤의 [A, B♭, D, E♭]은 시작 왼손의 음들을 조금 바꾼 것임. 도입부의 모호함에서 E♭장조를 또렷이 떠올리게 하는 대목으로 움직였다가, 곧 기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처음 자리로 돌아감.
작품 전체에는 통일성과 다양성이 균형을 이루고, 처음의 모호함에서 분명한 중심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방향도 생김.
선법·음집합과 음악적 의미
Section titled “선법·음집합과 음악적 의미”선법에는 음악 밖의 해석적 연상이 붙음.
20세기 선법을 중심으로 살폈지만 공통관습 조성음악에도 선법이 나타남. 이때는 선법이 나온 조성 이전 음악을 돌아보는 의미를 띠곤 함. Beethoven의 《Missa Solemnis》(1824) 중 〈Credo〉에서 도리아 선법을 쓴 경우가 그 예임.
Beethoven, 《Missa Solemnis》 중 〈Credo〉
작곡가는 과거뿐 아니라 다른 문화도 바라보며 민속음악이나 외국 음악의 선법을 연주회장에 끌어왔음. 문화적 존중으로 볼 수도 전유일 수도 있음. 20세기 전환기의 이국적 히스파노아랍 주제는 프리지아의 ra 만 붙이는 수준에 머문 일이 많아 전유 쪽에 가까움. Brahms는 헝가리 문화를 바깥에서 바라봤고, Liszt는 자신의 헝가리 뿌리를 정체성의 일부로 강조했으며, Ligeti는 자기 문화에서 직접 재료를 얻었음.
선법 자체의 성질에서도 의미가 생김. 온음음계는 중심이 없어 Debussy의 〈Voiles〉(1909)처럼 특정한 음악 밖의 연상을 만들기 좋음. 8음음계는 이국적이고 시간이 멈춘 듯하며 마법적인 주제에 자주 쓰임. Tchaikovsky의 《The Nutcracker》(1892) 중 〈Dance of the Sugar Plum Fairy〉에서 첼레스타 아르페지오가 그 예임.
음악의 의미는 재료의 성질과 작곡가의 의도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마지막에는 분석자의 연상과 추론이 함께 작용함.
더 읽을거리
Section titled “더 읽을거리”- Cohn, Richard. 2012. Audacious Euphony: Chromaticism and the Consonant Triad’s Second Nature.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 Harrison, Daniel. 1994. Harmonic Function in Tonal Music.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Persichetti, Vincent. 1961. Twentieth-Century Harmony. New York: W. W. No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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