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ace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Section titled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이 책은 피아노를 최대한 빠르게 배우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압축해 정리한 교본임.
에튀드나 레슨곡으로 시작하는 건 시간낭비임.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시작하는 사람은 치고 싶은 곡이 있고, 그게 피아노를 시작한 이유임.
그렇다면, 그 곡으로 바로 시작하는 게 가장 효율적임. 만약, 뭘 칠지 모르겠다면 초보자용 추천 곡 섹션을 참고하면 됨.
나는 열 살 때부터 7년 넘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주말에는 하루 8시간씩 연습했음. 인생 전반에서의 성취나 피아노에 쏟은 시간만 보면 당연히 잘 쳐야 했음. 실제로 성가대 반주자와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긴 했지만, 베토벤 소나타의 어려운 구간들은 아무리 연습해도 넘을 수가 없었음.
나는 이게 이해가 안 됐음. 세상에는 피아니스트가 수천 명인데,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배운 걸까? 주변에서는 재능과 끈기만이 방법이라고 했지만, 제대로 가르칠 줄 아는 방법과 교사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했음.
그래서 책을 찾아봤지만, 모두 스케일, 아르페지오, 에튀드, 쉬운 곡부터 하라는 이야기뿐이었고, 이미 내가 하고 있던 것들이었음. 유명 피아니스트 인터뷰도 대부분 재능 이야기뿐이라 교육적으로 얻을 게 없었음. 결국 인생 전체를 갈아 넣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건가 싶었음.
이 책의 출발점은 1978년, 딸을 이본 콤브 선생님의 레슨에 데려갔던 날임. 몇 년 지나지 않아 두 딸의 실력이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늘었는데, 처음엔 나도 딸의 음악적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했음.
어느 날 선생님이 다양한 난이도의 피아노 곡집을 펼쳐놓고 딸에게 다음에 칠 곡을 골라보자고 했음. 딸이 책을 넘기며 곡들을 살펴보는 걸 보다가, 내가 참지 못하고 수준에 맞는 곡을 골라야 하지 않냐고 물었음. 그러자 선생님이 딸을 보며 웃으면서 말했음.
“난이도는 별로 문제가 아니에요”
이 말의 의미가 매우 충격적이어서 그날 이후 그녀의 교수법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성공의 핵심이 재능이 아니라 효율적인 연습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 15년이 걸렸음. 자료를 정리하는 데는 그 이후로도 10년 이상이 더 필요했음.
유명한 피아노 교재 50권 이상을 분석해 본 결과, 대부분은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지만 보여줄 뿐, 그걸 실제로 치게 만드는 방법은 거의 다루지 않았음. 결국 학생에게 맡기거나 반복만 시키는 구조인데다 유명한 교사들이 쓴 책조차 기존 티칭 관습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었음.
이 책에는 테크닉 습득을 위한 연습 방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음. 이 방법들을 쓰면 기술적 문제마다 해법이 생기고,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곡들도 현실적인 목표가 됨. 효율적인 연습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는, 몇 달 만에 음악의 재미를 느끼느냐 아니면 평생 에튀드만 치다 끝나느냐를 가를 정도로 큼.
수백 개의 온라인 자료와 50개 이상의 문헌을 조사해 의미 있는 내용만 담았음.
내가 과학자로 일해온 경험은 이 자료들을 논리적으로 엮는 데 큰 역할을 했음. 잘못된 가정 위에 세워진 연습법을 버리기만 해도 피아노뿐 아니라 다른 공부나 직업을 병행할 시간까지 확보됨. 그래서 1999년부터 이 책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해 왔음. 아이가 음악을 배울 기회에는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임.
이 책의 주요 아이디어 대부분은 내가 새로 만든 게 아님.
바흐 이후 지난 200년 동안 성공한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반복해서 써온 방법들임. 나는 콤브 선생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음. 두 딸은 여러 콩쿠르에서 1위를 했고, 수년간 매년 10회 이상 독주회를 열었으며, 절대음감을 갖고 작곡을 즐겼지만 지금은 컴퓨터 분야에서 일하고 있음.
많은 학생이 연습 시간 전부를 새 곡을 익히는 데 씀. 기존 방식으로는 이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려 음악을 만드는 연습이나 본업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감. 이 책의 목표는 학습 속도를 극대화해서 연습 시간의 10%만 테크닉에 쓰고, 나머지 90%를 음악을 만드는 데 쓰게 하는 것임.
하농이나 코르토로 대표되는 에튀드 중심의 시대는 끝났음. 이제는 훨씬 나은 테크닉 개발법을 알고 있음. “이 곡은 너무 어려우니 10년 뒤에 쳐라”라는 말은 옛말임. 처음부터 음악을 만들고, 정해진 시간 안에 암기된 레퍼토리를 쌓는 게 가능함.
이 방법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나조차도 1995년 초판을 완성한 뒤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음. 책을 다 써놓고,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서 제시한 방법을 빠짐없이 체계적으로 따라 해봤기 때문임. 그때 경험한 연습 효율은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였음.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 하나의 목적을 향해 정리된 책을 따라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 자동차 부품을 전부 갖고 있어도, 누군가가 조립하고 조율하지 않으면 차는 움직이지 않음. 책의 역할이 바로 그것임. 필요한 요소를 빠짐없이 모으고, 순서대로 연결해 전체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임.
레슨은 시간의 한계가 있어서 수업 중에 꼭 빠지는 내용이 생김. 실제로 나 역시 과학이든 피아노든, 수업이 끝난 뒤에야 가르쳤어야 할 중요한 내용을 떠올리는 일이 반복되었음.하지만, 잘 만들어진 교과서는 이런 한계를 보완해 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미리 정리해 두고, 누락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임.
물론 학생 개개인에 맞춰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래슨은 책보다 우수함. 하지만 좋은 책은 어떤 한 명의 뛰어난 교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언제든 반복해서 참고할 수 있으며 비용도 훨씬 적게 듦. 결국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좋은 교사와 좋은 책의 결합임.
교과서 없는 학교 교육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피아노 교육이 오랫동안 교과서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식이 아니라 재능에 의존하는 구조였기 때문임. 만약 모든 학문이 책 없이, 교사의 기억과 학생의 재능에만 맡겨졌다면 지금의 문명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임.
이 책은 연습 규칙을 강요하는 지침서가 아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들을 모아 둔 도구 상자임. 사람마다 조건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연습 방식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함. 누가 알려줘야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음악가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임.
음악 능력, 방대한 레퍼토리를 암기하는 능력, 그리고 지능은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음. 의미 없는 반복 연습은 사고를 둔하게 만들지만, 올바른 암기 방식과 여러 작곡가들의 음악을 이해하며 연습하는 과정은 두뇌의 지구력과 처리 속도를 끌어올림.
효율적인 연습, 멘탈 플레이, 절대음감, 청음과 작곡 같은 기술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능력임. 그럼에도 많은 교사가 이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천재가 희귀했던 것임.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반음계와 조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필요함. 이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조율사와도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함. 바흐와 베토벤은 특정 음률을 사용했고, 어떤 음률은 쇼팽의 음악과 잘 맞지 않음. 디지털 피아노에서는 음률을 쉽게 바꿀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평균율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발트슈타인의 울림이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조성별 색채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음.
이 책은 완결이 아니라 출발점임. 더 나은 학습법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임.
정보량이 많아 같은 부분을 여러 번 읽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임. 하지만 이 방법으로 체계적으로 배운 피아니스트의 성장 속도와 깊이는, 재능만으로 연습하는 사람과 비교가 안 됨.
이본 콤브 선생님을 소개해 준 벨 연구소의 로버트 B. 마커스 박사님, 번역을 도와준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의견을 나눠준 독자들에게 감사함. 독자들의 후기는 이 책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