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잘못된 피아노 연습 루틴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Section titled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많은 학생들이 피아노를 연습할 때 보통 비슷한 흐름을 따름.
처음에는 스케일이나 하농 같은 테크닉 연습으로 손을 풀고, 그걸 30분 이상 계속해서 손가락을 단련하려고 함. 그 다음에는 새로운 곡을 처음부터 양손으로 천천히 읽기 시작함. 몇 페이지를 반복해서 익숙해지면 점점 속도를 올리고, 경우에 따라 메트로놈도 사용함. 연습을 두 시간쯤 하고 나면 손이 잘 풀렸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지막에는 그냥 치고 싶은 곡을 빠르게 연주하며 즐김. 이미 피곤하니 이때만큼은 부담 없이 치자는 생각임. 곡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암보를 시작하고, ‘음악이 손에 붙을 때까지’ 계속 반복함. 그리고 레슨이나 연주회 당일이 되면, “이게 마지막 기회니까 많이 치면 칠수록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빠르거나 정확한 속도로 반복 연주하면서 완벽을 노림.
문제는, 이런 연습 방식이 전반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임. 이 방법으로는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해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어려움. 가장 큰 이유는, 어려운 구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임. 결국 학생은 같은 부분을 계속 반복할 뿐이고, 그 반복이 실제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원리를 모른 채 연습을 이어가게 됨.
이런 방식은 학생에게 “알아서 깨달아라”라고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음. 왜 이런 연습이 비효율적인지는 이 책의 뒷부분에서 차차 설명함.
많은 학생들이 피아노를 그만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임. 특히 아이들은 눈치가 빠라서, “이렇게 힘든데 왜 늘지 않지?”라는 생각을 하게 됨.
하지만, 분명한 성과가 보이면 누구나 재미를 느끼고 집중하고 꾸준히 연습함. 누구든지 올바른 방법만 알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재능이나 환경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실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고 있느냐임. 이 책은 바로 그 방법들을 설명하기 위해 쓰였음.
앞서 말한 연습법은 사실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누구나 떠올릴 법한 직관적인 연습 방식임. 평균적인 사람이 피아노 한 대만 가진 채 혼자 연습해야 한다면, 아마 자연스럽게 비슷한 방식으로 연습할 것임.
그래서 이런식으로 가르치는 교사는,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움. 누구나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방식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임.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 연습법 대부분이 전혀 직관적이지 않음.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많은 교사들이 직관적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임. 본인 역시 제대로 된 연습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익숙한 감각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직관적인 방법에 의존하게 되는 것임.
문제는 이런 비직관적인 방법들이 실제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음. 연습을 하다 보면 계속 “이상한데?”, “원래 하던 방식이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 쉬움.
이런 불안은 레슨 직전이나 연주회 당일처럼 긴장이 높아질수록 더 커짐. 그래서 “연습 끝에 곡을 마음껏 치지 말라”거나, “연주회 당일에 과하게 반복 연습하지 말라”는 이 책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음. 이는 학생뿐 아니라 부모나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임.
심지어 선의로 도와주려는 부모라도, 올바른 정보가 없으면 결국 직관적인 연습법을 아이에게 요구하게 됨. 이때 부모의 조언이 교사의 지도와 어긋나면, 연습 효과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음. 그래서 좋은 교사일수록 부모를 레슨 과정에 함께 참여시키려 함. 부모가 연습의 방향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집에서의 연습이 레슨 내용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임.
운이 좋아 처음부터 제대로 된 방법으로 배운 학생도 있지만, 잘못된 연습 방식이 무엇인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면, 교사 없이 혼자 연습할 때 무심코 직관적인 방식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음. 어떤 방법이 왜 위험한지 모르면, 문제를 만났을 때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빠지게 됨. 마치 곰덫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곰이 매번 덫에 걸리는 것과 비슷함.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도 좋은 교사가 되기 어려움.
반대로, 처음에는 잘못된 방식으로 연습하다가 이후에 올바른 방법으로 전환한 학생들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무엇이 효과적이고 무엇이 위험한지를 분명히 알 수 있음. 이런 경험은 좋은 교사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됨.
그래서 이 책에선 올바른 연습 방법만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왜 그 방식이 잘못됐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설명함. 잘못된 방법을 정확히 아는 것 역시, 올바른 방법만큼 중요하기 때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