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감각 피드백 루프의 문제
피아노는 연주중에 몸의 반응을 얼마나 빨리 느끼고 고치느냐의 문제이기도 함.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손목이 굳었는지, 어깨가 올라갔는지 그런 걸 바로 알아차려야 함. 그래야 불필요한 힘을 줄이고 움직임도 바꿀 수 있음.
문제는 신체감각이 둔하면 이런 변화를 늦게 알아챈다는 데 있음. 선생님이 힘을 빼라고 알려줘도, 정작 내가 어디에 힘을 주고 있는지 잘 모를때도 있음. 몸은 이미 굳어져 있지만, 본인은 그냥 원래 이런 줄 알고 치는 경우도 많음.
그래서 자세나 사용 습관이 쉽게 방치됨. 불편하다는 신호를 빨리 못 읽으니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늦게 인지함. 결국, 잘못된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고, 그게 어느 순간 습관으로 굳음. 통증이 와도 처음에는 그냥 좀 이상한가 싶다가, 부상이 되고 나서야 문제였다는 걸 인식하는 것도 감각 피드백이 늦기 때문임.
본인이 지금 연주하고 있는 상태에 대해 선생님이나 주변에서 물었을 때 바로 답하기 어렵고, 녹음이나 녹화를 보고 나서야 문제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음. 테크닉을 바꿔도 뭐가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달라진 느낌만 남을 때도 있음. 이완 연습을 해도 지금 풀린 건지, 아직 긴장한 건지 스스로 분간이 잘 안 되기도 함.
그래서 이 지점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가 <반드시 누가 옆에서 봐줘야 한다, 계속 교정해줘야 한다, 독학하면 망가진다.>는 식의 주장들임.
물론 외부 피드백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님. 초반에는 외부의 도움이 분명 중요함.
다만 선생님이 항상 내 옆에 붙어 있을 수는 없고, 내 상태를 매번 하나하나 다 보고 있어줄 수도 없음. 설령 봐준다 해도 그걸 언제나 정확하게 짚어준다는 보장까지 있는 건 아님.
또, 연습은 혼자 해야 하고, 실력은 그 시간에 붙음. 그러니 남이 알려주는 것만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내부 감각만 믿고 가기는 어려움. 몸감각이 둔한 사람일수록 더 그럼. 그래서 초반에는 거울을 보거나, 연주를 찍어서 확인하거나, 선생님에게 자주 체크를 받는 식으로 외부의 피드백을 빌리는 편이 현실적임. 중요한 건 거기에 계속 의존하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내 몸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감각을 키우는 데까지 가는 것임.
자세와 움직임은 겉으로 고치는 게 아니라, 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느끼도록 훈련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임.